독립 생활 해보기
혼자 사는 집이 필요해
누군가와 '같이'산다는 것은 정말 어려운 일이다. 하다 못해 신발을 벗어놓는 방식, 수건을 개는 법 같은 아무것도 아닌 것들을 하나하나 맞춰야 하는 일이니까. 그래서 같이 살기 싫었던 것인데.. 강제로 신혼집이 마련된 이후 주말 부부가 되었다.
완전히 분리되지 않은 삶은 나에게 큰 고통이었다. 같이 살기 싫었는데, 한 달에 두세 번 가는 남편집(신혼집이지만 나에겐 나의 집이라는 느낌이 전혀 들지 않았다)은 사택이었기 때문에 각자의 개인 공간은 만들기 어려웠다. 안방과 옷방, 그리고 작은 거실과 부엌으로 이루어진 오래된 저층 아파트. 내 방, 내 공간이 소중한 내게는 그저 남편의 자취방 2로 느껴졌고, 내 물건은 최소한만 두게 되었다. 심지어는 입을 옷을 가져가지 않으면 주말 외출 시에는 입을 옷이 없을 정도였으니 말 다했다. 딱 홈웨어 두 벌이 있는 남편 집은 언제나 방문하는 기분이었고 그래서 불편했다.
그러다 보니, 남편집으로 가는 일이 나에게는 또 다른 일정이 되어버렸다. 아무래도 격주로 주 6일을 일하고 새벽부터 일과가 시작되는 건축현장 근무로 지쳐있던 나에게 주말까지 남편을 만나는 일정으로 빡빡하게 채워 넣으니 체력이 영 따라주지 않은 것이다. 많은 주말 부부들이 매주 집에 가고 매일 영상 통화하고 아쉬워하던데, 나에게는 일주일에 한 번은 너무 자주 돌아오는 일이라 버겁기까지 했다.
물론 남편은 매우 아쉬워했다. 그래서 내가 오는 주말이 되면 미리 청소하고 장도 봐서 맛있는 걸 해주고, 빨랫감을 가져가면 깨끗이 세탁해 챙겨주는 등 살뜰히 날 보살피려고 했다. 하지만 그런 남편의 노력에도 이기적인 내게는 "나 혼자만의 휴식"이 절실해졌다. 주중에는 회사 숙소로 주어진 아파트에서 생활했지만 하우스 메이트들이 있었고 주말에는 남편이 집에 있으니 완전히 혼자 충전할 시간이 부족하고 또 절실해졌다. 이런 나의 불만은 남편에게도 전해져서 우리 부부의 큰 고민거리가 되었다. 결혼 준비 중에는 충분히 분리된 삶을 살 수 있을 것이라 속단했는데, 생각이 너무 짧았던 탓이다. 게다가 남편에게는 서운함이 느껴질 수밖에 없는 상황.
내 또래 주변에서는 이런 나의 고민은 모른 채 우리 부부를 이상적이라고 불렀다. 주중엔 각자의 삶을 살고 주말엔 반갑게 서로 만나는 삶. 대부분의 부부가 실거주지를 함께하는 우리나라의 상황에서는 우리 부부가 꽤 신기해 보였나 보다. 특히, 아이가 있는 친구들은 나를 더욱 부러워했는데 "넌 주말에 별장 가는 기분이겠다~"라고 말한 친구도 있었다. 많은 남자 지인들은 내 남편을 보살이라고 부르며 대단하다고 하기도 하고, 그러면서도 자유로운 생활을 할 수 있는 남편의 상황을 부러워하기도 했다. 이렇게 생각해보면 남들은 다 참고 견디며 사는데 나는 하나도 양보하고 싶지 않은 어린아이 같은 고집 쟁이었는지도 모른다.
결혼 후 몇 년 간은 나의 이런 3중 생활(숙소-본가-남편집)로 이루어졌다. 그리고 점점 나의 답답함도 켜져 갔다.
남편을 사랑은 하지만 주말마다 만나고 싶지 않아 실제로 거리를 두고 사는 나를 두고 친구들은 별종 취급하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