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경색의 제일 흔한 증상: 편마비
뇌경색하면 가장 먼저 어떤게 떠오를까?
다리를 질질 끄는 걸음?
축 쳐진 팔?
맞다! 편마비는 뇌경색을 대표하는 가장 흔한 증상이다.
팔•다리 마비는 대부분의 사람들에게 가장 익숙한 뇌경색의 증상이지 않을까? 뇌경색이 발병하면 다양한 증상이 나타날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편마비가 가장 대표되는 특징으로 인식된 데에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
대학시절 내내 느낀거지만, 어떤 장기던 그냥 쉽게 넘어가는 법이 없었다. 일반인에서 의료진이 되는 과정은 녹록치 않았다. '폐는 폐, 심장은 심장' 하나의 이름으로 족하지 않나 싶은데 부위마나 세세하게 구분하여 각각의 명칭과 기능을 전부 외워야했다. 뇌도 마찬가지다. 호두같이 생긴 뇌는 그냥 뇌 하나로만 불렸으면 좋겠는데 그렇지가 않았다. 게다가 크고 작은 뇌들이 합체되어 있으리라고는 상상도 못했다. 어떤 장기던지 세부적으로 들어가면 머리가 아파졌는데 뇌는 특히나 더 머리가 아팠던 기억이,,,, 떠오른다.
하나의 뇌는 반으로 나눠 우뇌와 좌뇌로 구분되어 불러지기도 하고 전두엽, 측두엽, 후두엽, 두정엽으로 위치에따라 구분되어 불러지기도 한다. 그 외에도 뇌간이라고 불리는 작은 뇌들이 있는데 중뇌, 교뇌, 연수라고 한번은 들어봤을 수도 있는 이름들의 뇌들이 있다. 뇌간이라 불리는 뇌는 호두같이 생긴 대뇌에 비해 훨씬 작은 크기이지만 굉장히 중요하고 많은 일들을 하고 있다. 이 모든것들을 모두 뇌(brain)라고 부르는건데 사실상 보통사람들이 생각하는 뇌는 호두같이 생긴 대뇌에 국한되지 않을까 싶다.
뇌경색 환자중 편마비 증상을 호소하는 환자는 전체의 60~70%쯤이된다. 보통 입원하는 대부분의 환자들이 "팔다리에 힘이 없어요"라고 말할 정도로 확연하게 팔•다리 마비증상이 많다. 그밖에 다른 증상들도 다양하지만 편마비 증상이 유독 많은데에는 확률의 힘이크다. 팔다리를 관장하는 뇌영역부위가 유독 크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 혈관을 막아도 팔다리 마비가오고 저 혈관을 막아도 팔다리 마비가 오는 경우가 많다. 누군가는 언어의 문제가 생겼을 수도 있고 누군가는 시야장애의 문제가 생겼을 수도 있겠지만 편마비 증상이 있는 환자가 우위를 차지하는 이유는 운동영역을 담당하는 뇌가 언어나 시야를 담당하는 뇌보다 크고 넓게 분포되어 있기 때문이다. 쉽게말해, 뇌에 100개의 혈관이 있다면 1~60개는 운동담당, 10개는 언어담당, 5개는 시야담당을 하고 있다! 이런 식이라고 생각하면 쉽다. (이 비율은 정확한 것은 아니고 이해를 돕기 위해 예시를 든 것뿐이다.) 운동을 담당하는 뇌 영역부위가 확률적으로 많기 때문에 '뇌경색=편마비'라는 공식이 떠오르게 됐을거다.
꼭 다리와 팔이 같이 힘이 빠져야 하나?
오른팔 왼팔이 전부 마비가 오는 경우는 없나?
누구는 뇌경색인데도 사지 전부에 마비가 왔다던데?
왼쪽 뇌경색이면 오른쪽 팔•다리에, 오른쪽 뇌경색이면 왼쪽 팔•다리에 마비가 오는 것이 편마비이다. 뇌는 우뇌와 좌뇌가 긴체의 반대를 관장하고 있기 때문에 오른쪽 뇌에 뇌경색이 오면 반때쪽인 왼쪽에 마비증상을 느낀다. 우리는 편마비 즉, 한쪽 팔•다리 마비가 동시에 일어난 것을 흔한 뇌경색의 증상이라고 알고 있다. 한쪽 손만 마비가 왔다거나 한쪽 다리에만 마비가 온 경우도 많은데 뇌경색하면 팔•다리가 동시에 마비가 생긴 편마비가 이미지화되는 이유는 아마 그런 환자를 많이 만나서 그러지 않을까?
어느 부위에 뇌경색이 왔느냐에 따라 팔•다리 모두 증상이 있을 수도 있고 팔만, 다리만 증상이 있을 수도 있다. 꼭 한쪽 팔다리가 동시에 힘이 빠져야만 뇌경색을 의심하는건 아니다. 누군가는 다리는 멀쩡한데 손만 힘이 빠졌을 수도 있고 누군가는 팔은 멀쩡한데 다리만 힘이 빠졌을 수도 있다.
작은 뇌경색이 발생했다. 볼펜으로 점을 찍었나 싶게 작은 뇌경색이다. MRI를 봤더니 '이곳이 뇌경색이 온 부분입니다.'라고 알려주는 부위의 동그라미가 마치 '볼펜똥' 만하다. 이런 경우라면 한쪽 손에만 힘이 잘 들어가지 않는다거나 한쪽 발에만 힘이 잘 들어가지 않는 증상인 경우가 많다. 꼭 한쪽 팔다리가 동시에 힘이 없어야만 뇌경색이라고 보는게 아니라는 말이다. 관장하는 영역이 작으니 그 영역에 속해있던 곳에서만 증상이 나타나는거다.
뇌는 자로 그어놓은 듯 명확하게 자기 영역을 구분한 것은 아니다. 대체로 이쪽 부위는 이곳을 담당하고 저쪽부위는 저곳을 담당하더라.... 하고 밝혀진 것일 뿐 정수리 꼭대기부터 1센티 근방은 팔, 그리고 귀 옆에 3센티 근방까지는 발 이렇게 정해진게 아니다. 그러니 그 경계가 모호한 곳에 뇌경색이 온다면 작은 뇌경색이어도 팔다리 마비가 동시에 나타날 수도 있다. 그런데 볼펜똥만 한 뇌경색이라면 그 증상은 심해봐야 얼마나 심하겠느냔 말이다. 아마 대부분은 응급실에 도착하기도 전에 증상이 모두 호전되거나 입원기간 중에 모두 호전되거나 아니면 퇴원후 1달안에 모두 호전됐을거다. 이런 작은 뇌경색의 환자는 티가 잘 나지 않아 길거리를 지나다녀도 알아차릴 수가 없다. 우리가 보는 사람들은 심한 후유장애를 남긴 사람들뿐이기 때문에 "아~ 뇌경색이 오면 한쪽 팔•다리에 모두 마비가 오는구나...."라고 생각하게 됐을거다.
양 사지에 전부 마비가 오는 경우도 있다. 이런 경우는 산발적으로 뇌경색이 발생한 경우다. 보통은 한쪽 혈관만 막혀 볼펜똥이던, 동전만하던 동그란 모양으로 흔적이 보이는게 일반적인데 어떤 경우에는 깨를 뿌려놓은듯이 여기저기 흰 점들이 보이기도 한다. 보통 심방세동이 있는 환자들에게서 이런 상황이 생기는데 오른쪽 왼쪽 위쪽 아래쪽 할 거 없이 사방의 뇌세포가 죽다보니 오른쪽 마비와 왼쪽 마비가 동시에 있게 된다.
핸드폰을 잡은 손에 갑자기 힘이 빠져 핸드폰을 떨어트렸다. '어! 다리는 멀쩡하네! 그럼 뇌경색은 아닌거 같다. 좀 있음 좋아지겠지..' 이 글을 읽으신 분들이라면 이제 이런 생각은 잘못된 생각이라는 걸 알게 되셨을거다. 무엇이든 이상이 있으면 바로 병원에가는게 좋다. 진짜 문제가 있어서 그런건지 괜찮은 건지는 내가 판단할 일이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