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유장애보다 무서운 것.

뇌경색의 사망률: 3.3%

by 허간호사


한쪽 팔을 부여잡고 의자에만 앉아있는 할아버지.
삐뚤어진 입으로 무슨 말인지 알아듣기 어려운 어눌한 말들...


어릴적 아빠를 따라 낯선 집에 갔을 때였다. 처음 가본 그 집에선 처음보는 낯선 모습의 노인이 있었다. 나에게 무척 친절하셨지만 나는 그저 무섭기만 했던 기억이 한동안 강하게 남아있었다. '풍을 맞으셔서 그렇단다'라고 알려주시는 아빠의 말에 풍이라는게 뭔지는 모르겠고 마냥 괴물처럼만 느껴졌었다. 그때는 내가 간호사가 될 줄은 정말 몰랐다. 그것도 신경과에서 근무할 줄은 더더욱. 이제와 생각해보니 어쩌면 저런 증상이었던게 그나마 다행이었던 거였네.. 하는 생각이 든다. 사람들은 뇌경색하면 평생의 불구만 가장 크게 걱정하는거 같다. 그것보다 더 큰 두려움이 따로 있는 줄도 모른체 말이다....



죽음
사망


뇌경색과는 관계가 먼 예기인 거 같은가?

뇌경색으로 사망하는 환자는 전체 뇌경색환자의 3.3% 정도다. 암 이라던지 사망률이 높은 다른 질환들과 비교하면 적은 비율일 수 있겠지만 연간 3천명이 웃도는 정도의 많은 사람이 사망하고 있다. 대략적으로 생각한다 하더라도 하루에 10명씩은 뇌경색으로 목숨을 잃고 있다는 예기다. 병원으로 이송중에 사망하기도 하고, 병원에 왔지만 사망하기도 하고, 며칠의 고비를 못 버티시고 중환자실에서 사망하시기도 한다. 이제 고비는 넘겼다고 생각하고 일반병실로 옮겨 전원을 준비하고 있는데 갑자기 재발이 와서 사망하시는 경우도 있다. 뇌경색이 크게 오면...... 정말로 사망할 수 있다.


누구는 우연히 건강검진 용으로 뇌 MRI를 찍었다가 과거에 뇌경색이 지나간 걸 발견하는 사람도 있다. 손발에 힘이 풀리는 등 이상 증상을 느낀 적은 없었냐고 물어보면 없었다고 말한다. 사람이 뇌경색이 왔는데 어떻게 모르고 지나갈 수 있을까?? 그것도 MRI에 흔적이 남을 정도인데?? 무심해도 심각하게 무심한 사람이구나 생각할 수 있겠지만 그분은 정말로 아무것도 못 느끼셨을 수도 있다. 그렇게 소리 소문 없이 운 좋게 왔다 지나가는 뇌경색도 많지만 뇌혈관 중 메인이 되는 큰 혈관에 뇌경색이 온다면? 최악의 상황은 사망이다.



병원까지 갔으면 살렸어야지.... 너무하네!!!

죽게 놔두고 싶어하는 의료진도 있을까? 병원에서도 너무너무 살리고 싶은데 그럴 수 없는 상황이 있다. 가능한 모든 조치를 다 해보지만 역부족인 경우들이 생기기도 한다. 그럴때 오는 허탈함은 이루 말할 수가 없다. 보호자들에게 책임을 전가하고 싶은건 아니나, 뇌경색은 골든타임이 정말 중요하다. 손 쓸 수 없을 정도로 망가져버린 상태로 병원에 도착해 버리면 아무리 생명유지장치를 주렁주렁 달고 있는다고 하더라고 말 그래도 생명유지장치를 달고 있는 거뿐이다. 한번 죽은 뇌세포는 신이 아닌 이상 되살릴 수가 없다.


칼을 잘못 다뤄 손 끝이 살짝 베였다. 조금 아팠고 피도 조금 났지만 크게 신경 쓰이진 않는다. 손끝에 있는 작은 모세혈관 정도 다쳐봐야 뭐..... 그런데 만약 손목에 있는 동맥을 사고로 다치게 됐다고 한다면?? 목에 있는 큰 경동맥을 다쳤다고 한다면?? 생각만해도 끔찍해서 가슴이 두근거려지지 않나?


증상이 있는지 없는지도 모르게 뇌경색이 온 분은 작은 혈관 또는 모세혈관처럼 마치 손가락 살짝 베여 피가나는 그런 정도의 혈관이 막힌거다. 그러니 거기가 막혀봤자, 아니면 영원히 막혀봤자 뭐,,,, 사는데, 생활하는데 전혀 지장이 없다. 그때 잠깐 불편했겠지만 몇 분 지나지 않아 멀쩡해지거나 아니면 아예 이상을 전혀 느끼지 못했을 수도 있다. 그런데 경동맥같은 중심이 되는 뇌혈관에 뇌경색이 왔다면? 머리에 혈액을 공급하는 굵직한 수로에 뇌경색이 왔다면?? 그래서 뇌의 엄청나게 많은 부분이 혈액 공급을 받지 못하게 된다면? 굳이 얘기하지 않아도 상상이 가리라 생각한다.



준비없는 죽음만큼 허무한 것이 없다.
갑작스런 죽음은 남겨진 가족들에겐 감당하기 어려운 슬픔이다.


뇌경색은 예고없이 찾아온다. 여느때와 똑같은 일상을 보내고 있다가 갑자기 불쑥 찾아오는 무서운 불청객이뇌경색이다. 밥을 먹고 있다가도 갑자기 수저를 떨어트리고 핸드폰을 보고 있다가도 핸드폰은 놓치게 되는 건 정말이지 어떤 예고 따위도 없이 일어난다. 사망 선고를 받는 질환이라면 그동안 마음에 준비라도 할 수 있을 텐데.... 뇌경색은 그럴만한 짧은 시간도 주지 않는 모진 질환인 거 같다. 그래서 그런지 뇌경색으로 사망 선고를 받은 가족들의 통곡은 다른 질환 환자들보다도 몇 배는 더 슬프다. 평정심을 갖고 일을 해야 하는 철벽의 의료진들도 그 울음소리를 듣고 있으면 눈시울이 붉어져 손이 떨린다.


그런데 이런 전자의 경우들이 더 나을 수도 있겠다.... 싶은 더 큰 문제들도 있다. 아직 심장이 뛰고는 있지만 앞으로 좋지 못한 예후임에 틀림없는 분들 말이다. 인공호흡기를 달게되면 그분은 분명 사실 수는 있을거다. 그러나 그렇게 생명을 유지한다고 하는 것이 과연 의미가 있을까 싶은 그런 분들이 계신다. 그럴땐 의료진들은 보호자들에게 어려운 선택을 맡긴다. 인공호흡기를 달면 사실 수는 있지만 현실적으로 앞으로 끝이 언제인지 모를 막대한 병원비가 가족들을 짓누르게 될 것이고 그 무게가 힘들어 그제와 포기하려고 하더라도 삽관된 인공호흡기를 빼는 것은 살인이라 여기기에 불가능하다. 이성적인 선택이 필요한 순간이다. 인공호흡기만 달고 숨만 붙어있는 삶이 과연 삶이라 할 수 있을까를 생각하면 현실적인 답은 당연히 'NO'이겠지만, 만약 내가 이런 상황이었다면 이성적으로 기관삽관 하지 않겠다는 말을 할 수 있을까? 그리고 삽관하지 않겠다고 결정한 후 수일내에 정말로 환자분이 사망하시게 된다면 그 후에 받는 보호자의 죄책감은 그 또한 평생을 짓누르는 바위가 된다.




뇌경색을 경고하기 위해 죽음에 대해 글을 썼지만 사실 우리나라는 급성기뇌경색치료 수준이 세계 정상급이다. OECD국가 평균 뇌경색 환자 사망률이 7.9%인데 우리나라는 3.3%이니 절반도 채 미치지 못한다. 치료 시간 단축이 무엇보다 중요한 관건인데 그런 점이 잘 되어 있기 때문이다. 응급실에 환자가 도착하면 프로토콜이 잘 되어 있어 일사분란하게 움직여 불필요한 대기시간 없이 환자를 치료해 사망률 뿐만 아니라 후유장애도 크게 줄었다. 요즘 응급실 뺑뺑이가 큰 문제인데 몇일 전 신문에 뇌경색 환자는 뺑뺑이 없이 병원에서 다 받아줬다고 칭찬하는 기사를 보았다. 대한민국에선 맹장보다 뇌경색이 더 안전한 질환이 된 거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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