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습관, 운동의 중요성.
"단거 많이 먹으면 살쪄!"
"소스 그만뿌려! 너무 짜!!"
"너 계속 그렇게 먹으면 나중에 당뇨랑 고혈압 온다고 엄마가 얘기했지!!"
아고..... 정말 듣기 싫은 잔소리구만.......
당뇨니 고혈압이니... 이런걸로 으름장을 내놓는다고 애들이 알까?
어른한테도 안 통할 잔소리가 애들한테 통할리가......
게다가 당뇨랑 고혈압은 먹고 나자마자 다음날 바로 생기지도 않으니 엄마는 늘 거짓말쟁이 잔소리꾼일 수밖에....
'그런데 얘들아, 그런 식습관이 10년, 20년, 30년을 쭉 하다보면 엄마 나이가 되기도 전에 당뇨랑 고혈압이라는 게 와서 너희를 정말로 괴롭히게 될꺼야......'
여기 뜨거운거 있으니 장난치지 말라는 엄마말을 흘려넘기다 뜨거운 맛을 보게 되거나 오늘은 날씨가 추우니 이 잠바를 입는게 좋겠다는 조언을 짜증으로 받아버리고는 외투도 안 걸치고 다니다 진짜로 감기가 오게 되면 그때 부터 아이들은 엄마말에 신뢰를 갖기 시작한다. 그런데 건강한 식습관은 좀처럼 엄마의 진리가 통하질 않는다. 오늘 말을 안 들으면 내일 탈이 생겨야 하는데 이놈의 혈관은 도통 반응이 없으니 문제다. 자기가 아파지는지 어쩐지 신호를 전혀 보내주질 않는다. 뱃살은 눈에 보이기라도 하니 그나마 다이어트 결심이라도 하는데 몸 안에 있는 혈관은 보이지 않으니 기름이 껴 있는지 염증이 덕지덕지 붙어 있는지 알 길이 없다. 그렇게 좋을대로 20년 30년 세월이 흘러 한번에 빵!! 뇌경색이라는 무서운 질병이 발생하고 나서야 엄마말 좀 들을껄 후회하게 될려나... 영원히 거짓말쟁이가 되도 좋으니 내 아이들의 미래에 뇌경색이라는 단어가 없었으면 좋겠다.....
신경과 병동에서 일한지 어느덧 20년이 다 되어 간다. 그동안 뇌경색이라는 병의 연령대가 무섭도록 낮아졌다. 처음 입사했을 때만 하더라도 40대 뇌경색 환자가 들어오면 "어머머!" 소리가 절로 났는데 지금은 40대 뇌경색 환자가 전혀 신기하지 않다. 할머니 할아버지만 가득했던 신경과 병동 복도는 이제 할머니 할아버지들만의 전유물이 아니게 되었다. 지금은 20대 뇌경색 환자도 종종 보기 일쑤이고 심지어는 10대도 있으니 말이다. 아직 어린 학생인데 뇌경색이라니 상상이 되는가?? 말도 안되는 일인거 같지만 이건 허구가 아니다.
누가봐도 고도비만인 그 학생은 10대임에도 뇌경색이 왔다. 아직 학생이었지만 흡연한지 몇년이라고 했다. 숨길법도 한데 병의 대한 충격이 컸는지 의료진에게 거짓없이 얘기해 줘서 그 와중에 기특했었던 기억이 난다. 그 학생은 약간 걸음이 불편하고 손가락 움직임이 자연스럽지 않은 그리고 말이 살짝 발음이 새는 그래도 양호한 정도의 후유장애는 안고 퇴원했다. 퇴원후에는 담배도 일절 끓어버리고 운동도 시작하고 열심히 노력하고 있는게 느껴졌다. 그 학생은 나이가 어려서 가지고 퇴원한 후유장애는 몇 달 안에 모두 정상으로 돌아 올거다. 그런데 벌써 뇌경색이라는 꼬리표가 붙었으니 본인부터 얼마나 놀랬을까....
확실히 서구화된 식습관이 모든 질환의 원흉인거 같다. 지금 내 나이대인 40대만 하더라도 지금처럼 외식이 잦고 먹을것이 넘쳐나지 않았었다. 일년에 몇 번 짜장면 하나 시켜주면 그렇게 신났었고 부모님은 형편이 편하지 않으니 마음껏 과자도 못 사주셨다. 근데 그게 얼마나 다행한 일이었나! 어려웠던 시절이 병을 늦춰줬다. 부모님 세대가 열심히 살아주셔 이제는 먹을것을 걱정하는 시대가 아니게 되었다. 오히려 맛있는걸로 골라먹는 상황이다. 싸고 가성비 넘치는 음식도 얼마나 많은지 이제는 경각심을 갖지 않고 계속 편한대로 살다보면 10년 20년 안엔 저 침대에 내가 누워 있을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어 정신이 정신이 들었다.
요즘 애들은 태어나자마자 음식이 넘쳐나는 곳에 살고 있다. 뷔페에는 기름지고 칼로리 높은 음식들이 배가 터지도록 먹을 것을 강요하고 있고 더 자극적인, 다 달고 더 짭쪼름한 군것질 거리들의 유혹은 뿌리치기가 쉽지 않다. 내 세대는 그래도 어릴때 못 먹다가 20살이 되어서야 이런걸 먹게 되어 40대부터 뇌경색의 빨간 경고등이 켜지게 됐는데 애들은 태어날때부터 헨젤과 그레텔의 과자성이다보니 0살부터 뇌경색 위험이 차곡차곡 쌓일 수밖에... 그러니 이제 조금만 더 세월이 지나면 10대에 뇌경색오는 아이들도 놀라지 않게 되려나?? 생각만해도 너무 끔직한 일이지 않을 수 없다.
우리나라의 사망원인 통계를 보면 1위는 늘 암이다. 역시 암이 압도적으로 위험한거네!! 라고 생각 할 수도 있을거 같다. 통계청의 자료를 보면 심장질환이 2위이고 뇌혈관질환은 4위다. 뇌혈관질환으로 사망하는 사람의 비율은 전체 질병사망의 7% 정도이다. 암으로 사망하는 사람은 20%가 넘으니 역시 암! 암! 하는 데는 이유가 다 있다.
그런데 WHO(세계보건기구)통계에서는 심뇌혈관 질환이 늘 1위다. "역시 우리나라 사람들은 김치를 먹어서 심뇌혈관 질환에 강하구나!!" 아니다. 우리나라는 각종암을 통합해서 통계를내고 WHO는 어디에 생긴 암인지 하나하나 따로 짚어보기 때문에 순위가 다른거다. 우리나라도 WHO처럼 암을 세부적으로 위암, 폐암.... 하나 하나 따로 통계냈다면 뇌경색은 지금과 같은 순위가 아니게 된다. 결론적으로, 우리나라의 사망1,2위 질환은 WHO가 보고한거처럼 심뇌혈관질환이라고 봐도 무방하다는 얘기다.
심뇌혈관질환은 지금껏 계속 얘기해 왔던 건강습관, 식습관과 관련이 높은 질환이다. 나의 노력으로 해결할 수 있는 질환인데 나의 잘못된 식습관과 건강습관으로 만든 병이 1위라는 것은 우리 모두 반성해야 할 일이다. 또 반대로 생각하면 나의 노력으로 위험에서 벗어날 수 있는 질환이 1위라는 것이 된다. 얼마나 다행인가....
단 음식, 짠 음식, 기름진 음식들이 만들어낸 당뇨, 고혈압, 고지혈증!
건물마다 엘리베이터가 있고 조금이라도 긴 길에는 무빙워크가 깔리고 자차가 당연시되는 시대
가공육, 인스턴드, 흡연이 만들어낸 콜라보네이션!
그것이 바로 심뇌혈관질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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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나의 의지로 얼마든지 막을 수 있는 질환이다.
나는 오늘도 내 아이들의 미래에 뇌경색 따윈 없게 해주기 위해 열심히 솔선수범을 한다.
엄마는 먹으면서 애들한테만 먹지 말라고 하는건 그저 잔소리에 불과하니 솔선수범으로 내 건강까지 챙길수 있어 일석이조다. 이 글을 읽어주신 모든 분들이 함께 동참해주신다면 10년뒤엔 신경과가 다시 할아버지 할머니의 전용병동이 되지 않을까?
40대 뇌경색 환자가 희귀해지는 그때를 다시 만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