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경색 원인교정 : 금연
뇌경색으로 퇴원하시는 분들께 금연을 꼭 강조드리는데 그럴때마다 대부분은
"네! 해야죠!"
"해야지! 해야지! 마음만 먹었었는데 이번엔 꼭 성공해 볼게요!"
"금연.... 꼭 해야 되는 건 아는데 성공할 수 있을지 걱정이네요..."
뭐 이런 식의 반응들이 오는게 대부분이다. 그런데 간혹 한분씩은 개선의 의지가 전혀 없는 분들이 꼭 계신다. 하루는 오히려 적반하장인 분을 만나서 나도 꽤나 당황스러웠던 적이 있었다.
나: 금연하셔야돼요.
환자: 네...... (들은 척 만 척)
나: 금연이 정말 중요해요. 안 그러면 뇌경색 다시 오세요!!
환자: (짜증 폭발함) 아이고!! 그럼 담배 핀 사람들은 다 뇌경색와서 뒤졌게요??
할 말을 잃게 만드는 순간이었다. ;;;;;;;
흡연이 뇌경색 발병률을 높이는 건 맞긴 하지만,,,,,, 100% 발병시키는 것은 분명 아니니 나도 순간 반박할 말이 생각나지 않더라....
분명 누군가는 흡연을 해도 문제없이 잘 지내시는 분도 계실 테지만, 일단 본인은 아니지 않은가? 남 예기는 남 예길일 뿐! 나한테 뇌경색이라는 질환이 왔다면 흡연이 뇌경색을 발생시키는 확률의 숫자는 중요하지 않는 법! 이번에 뇌경색이 왔다면 그럼 금연은 선택이 아닌건데,,,, 나만 답답하고 그분에게 나는 병원에 있는 흔한 잔소리꾼에 불과했다.
이 환자분이 뇌경색의 무서움을 모를법도 한 것이 이분은 운 좋게 작은 뇌경색이 오셨다. 특별한 후유장애 없이 멀쩡히 퇴원하게 되셨으니 뇌경색이 무서운지 모르고 며칠 주사맞고 가는 별스럽지 않은 질환이라고 여겼을거다. 앞으로 계속 똑같이 생활한다면 추후 어떤 상황이 일어날지 알지 못한 채 말이다. 뇌경색은 한번 발병하면 두번, 세번 발병하기 쉬운 질환이기 때문에 지속적으로 생활습관 교정과 약물관리가 필요한 질환이다. 그런 중에 금연은 너무나도 중요한 부분이다. 게다가 의료진의 노력이 더해질 수 없는 부분이기에 내가 할 수 있는 건 무서운 선례들을 얘기하면서 경각심을 만들어 주는 것뿐이다.
어떤 병이든 원인에 항상 있는 것이 술, 담배, 스트레스인 거 같다. 간호대학시절 공부했던 기억을 떠올려 보면 질환을 배울 땐 병명의 정의, 원인, 진단, 치료방법 뭐.... 이런 순으로 나열되어 있었는데 원인에 항상 단골로 등장하는 단어가 흡연, 술, 스트레스였다. 너무 자주 만나는 용어다보니 나조차도 뻔한 원인이라고 흘려버리기도 했었던 기억이 난다. 어떤 병이든 원인이 단지 그것뿐이지는 않겠지만 직, 간접적으로 무시하지 못하는 영향력이 있을 거라는 건 사실 누구나 알고 있는 부분이다.
담배=폐암
이걸 모르는 사람도 있을까? 담뱃갑에 쓰여있는 경고 문구에 나와 있듯이 암에 대한 위험성을 모르고 흡연하는 사람은 없을거다. 그런데 담배는 폐암뿐만 아니라 그만큼의 강력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질환이 많이 있다. 그중에 하나가 바로 뇌경색이다. 금연성공이 어려운 것이기에 그렇게 말하는 것도 있긴 하겠지만, 어떤 교수님은 당뇨, 고혈압, 고지혈증을 다 합친 것만큼 안 좋은 게 담배이니 꼭 금연하셔야 한다고 신신당부하신다. 대부분의 질환에 단골로 등장하는 것이 흡연이다보니 평범하게 금연하시라고 말씀드리면 의례 얘기하는 거겠거니 생각할 수 있을 거 같아 조금은 과장되게 얘기하게 된다. 그렇지만 근거 없는 과장은 아닌 것이 뇌경색은 폐암만큼이나 흡연의 영향을 많이 받는 게 사실이다.
많은 사람들은 혈관에 기름기가 끼여 뇌경색이 왔다고만 생각하는데 이전에 설명했던 적이 있듯이 기름이 끼기 위해서는 먼저 혈관에 염증이 만들어져야 한다. 매끈매끈한 혈관에는 기름기도 훌렁훌렁 미끄러 지나가기 마련이다. 까끌까끌한 상처들이 생겨야 그곳에 기름기가 미끄러 지나가지 못하고 쌓이게 되어 혈관을 막게 되는 것이다. 그렇게 상처를 만드는 것에는 여러 기전들이 있겠으나 그중에 흡연도 엄청난 영향력을 행사한다. 흡연을 통해 들어온 유해물질들은 혈관에 염증을 만든다. 그렇게 염증이 생기면 매끈매끈했던 혈관이 오돌토돌해지면서 기름기가 걸리기 딱 좋게 만들어 준다. 그래서 뇌경색 환자에게는 금연이 어중간한 건강권고가 아닌 '무조건적으로 해야 되는 것'인 것이다.
그런데 많은 건강습관들이 그렇듯, 몰라서 못 하는게 아니라 알아도 하기 어렵다.
요즘은 동네마다 금연센터가 있어 마음만 먹으면 무료로 빵빵한 지원을 받을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금연센터에 발걸음을 옮기는 거부터가 쉽지않다. 그러니 일단 발을 들이는 데 성공했다면 기본적으로 반 이상 성공한 거라고 본다.
금연센터에서는 여러가지 방법으로 금연을 도와준다. 약처럼 복용하는 금연보조제를 지원해주기도 하고 금연껌 같은 보조식품도 지원해주며 무엇보다도 전문가의 지지를 받을 수 있다. 금연센터 선생님께서는 금연은 단순 의지로 하기 어려운 것이라며 그래서 전문가의 치료적 접근이 반드시 필요한 거라고 하셨다. 내가 다니던 병원에선 뇌경색환자에게 금연은 너무나도 중요한 것이기에 흡연하시는 분들은 무조건 금연센터를 연결해줬다.
그런데 이렇게 뇌경색이 발생하고 금연센터에 연계된 경우는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격이기도 하다. 뇌경색이 발생하면 가장 강력한 지원이라고 생각하는 금연보조제를 사용할 수 없게 되기 때문에 흡연자들이 가장 의지하는 수단을 쓸 수 없게 된다. 금연보조제에 있는 니코틴이 혹시라도 뇌혈관에 영향을 끼칠 수 있기 때문에 뇌경색환자에게는 사용하지 않는 것이 지침이다. 니코틴이 없는 것만 사용할 수 있으니 뇌경색이 발병하고 금연센터를 방문하게되면 쌩으로 금연해야 된다는 느낌이 들 수도 있다.
그러니 어찌해야 되겠는가? 뇌경색이 발병하기 전에 부지런히 온갖 방법을 동원해서 금연에 성공해 보자.
나의 의지대로 금연에 도전할 수 있다는 건 정말 다행한 일이다.
뇌경색으로 인지장애가 오신 환자분이 계셨다. 골초중에 엄청난 골초이신 분이다. 한평생을 담배와 함께 사신 분이라 가족들도 두손 두발을 놓은 지 오래다. 그런데 결국 뇌경색이라는 병이 이분을 덮쳤다. 뇌경색으로 인한 사지마비는 없었지만 말을 알아듣지도 이해하지도 못하는 상황이 되어버려 차라리 사지 마비가 나았을 거 같다는 생각이 들 정도다. 말을 알아듣지 못하니 옆에서 아무리 금연에 대해 떠들어댄다고 하더라도 아무 소용이 없다. 가족들이 쫒아다니며 담배를 못 피우게 하지만 역부족이기만 하다. 보호자가 잠깐 화장실 간 사이에 환자가 사라져 온 병동이 환자 찾기에 비상사태가 생겼는데 그때마다 환자는 담배 피우러 나가거나 담배 사러 가 계셨다. 인지가 온전하지 않아도 평생의 습관이 몸을 움직이게 하는거다. 그래도 '수중에 담배도 없고 돈도 없으면 못 피우시지 않겠냐... 그러니 담배도 돈도 다 없애 주셔라'라고 말씀드렸는데 돌아오는 보호자의 한마디...
"없으면 땅에 떨어진 거라도 주워서 피시는 양반이에요"
.......
약으로 해결할 수 있는 게 편할때가 있다.
금연은 환자 스스로 해줘야 하는 일이라 의료진은 옆에서 잔소리를 해대는 거뿐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거의 없다는 게 현타다.
보호자와 환자의 싸움에서 보호자분이 이기기만 바랄 수밖에....
뇌경색의 화마가 또 덮쳐버린다면, 이번에는 침대요양생활을 해야 할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