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화. 맺음 말

by 미스터Bit

45년의 인생을 살면서 많은 일을 겪었고, 생각보다 많은 것들을 이루었음에도 아직 경험해보고 싶은 것이 많다. 글쓰기, 특히 책을 쓴다는 경험은 나의 이런 해보고 싶은 일들 중에서도 가장 상위에 있는 일이었는데, 이렇게 경험하게 되어 신기하면서도 다음에는 더 잘 쓰고 싶은 아쉬움이 남는다. 누구에게나 처음은 있는 법이고, 나에게 글쓰기는 또 다른 처음이 된 것뿐이다. 내가 겪은 모든 경험에서 공통적으로 얻은 교훈이 있다면, 모든 일은 꾸준히 하다 보면 분명 어제보다 내일은 조금 더 성장해 있다는 것이다.


어렸을 적에는 집에 책이 한 권도 없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그래서 책을 읽어야 하는 것이라고 생각해 본 적도 없고 딱히 좋아본 적도 없는 것 같다. 자연스럽게 학창 시절 내내 교과서와 자습서 외에는 책을 가까이해 본 역사가 없다. 군대에 가서야 비로소 나는 처음으로 책을 읽었다. 2000년 군번인 나는 경기 북부 전방부대에서 근무를 했는데 그때도 그곳에는 소위 똥군기가 있었고, 일병 계급 까지는 내무반에 비치된 책을 읽는 것조차 허용되지 않았기에 상병이 되자마자 보복 심리로 책장의 책을 맘대로 꺼내 들었던 것이 지금 이렇게 책까지 쓰는 나비 효과를 만든 것 같다. 그때 태어나서 처음으로 밤새워가며 몰입해 가며 읽은 책이 무라카미 하루키의 소설들이었다.


군대를 제대하고 학교를 졸업하고 회사에 취직하면서 이제는 얼마든지 원하는 만큼 책을 읽을 수 있는 환경이 되었으나, 이제는 다른 재미난 놀이들에 빠져 책 읽기를 열심히 하지는 않았던 것 같다. 그러나 마음 한편에는 늘 스스로를 책 읽는 사람으로 규정하고 관심을 놓지 않았던 게 지금까지 책을 읽는 습관을 갖게 만든 큰 동기로 생각한다. 지금은 책만 있으면 몇 시간도 거뜬히 혼자 놀 수 있는 경지까지 되었고, 더 나아가 돈을 쓰지 않고도 하루 종일 신나게 놀 수 있는 삶을 연습 중인데 그중 하나의 놀이가 책 읽기가 되어야 된다고 생각하고 있다.


책을 읽는 대상이라고만 생각했고 책을 쓰는 것은 특별한 사람만의 영역이라고 생각하며 근근이 책을 읽어 가며 삶을 성실히 채워가던 와중에, 나는 전혀 생각하지 못한 미얀마로 발령이 났고, 무엇보다도 생각할 시간이 많아졌다. 전기도, 물자도, 정보도 부족하고, 모든 것이 부족한 미얀마였지만 사람들을 위해 시간만은 넉넉하게 내어주었다. 나도 혼자 있는 시간 동안 미얀마에 정착한 얘기를 블로그에 일기처럼 썼는데 나중에 친하게 된 지인들 중 상당수가 나의 블로그를 봤다고 했고, 부끄럽지만 평가가 나쁘지 않았다. 정말 단 한 번도 나는 내가 글을 잘 쓴다고 생각해 본 적은 없었는데, 여러 사람들의 긍정적인 평가가 '혹시 내가 진짜 조금은 글쓰기에 소질은 있는 게 아닐까?라는 의심을 품게 했다.


이후에도 나는 작지만 하나의 조직에서 CFO의 업무를 성실히 수행했는데 수행하는 과정에서 이전과는 다르게 전 직원들을 대상으로 강의를 해야 할 일이 많았다. 사람들 앞에 서서 생각과 경험을 전달하는 일은 너무도 낯설고 심지어 정신적 압박이 심했는데, 나를 마주하고 있는 미얀마 현지 직원들은 하나라도 얻어가겠다는 간절한 눈빛을 볼 때면 나도 모르게 가슴 바닥부터 깊은 사명감이 올라왔다. 그 때문에 정말 잘 해내고 싶었고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의 노력을 했다. 그러면서 내가 지금껏 사람들과 나눌만한 꽤 괜찮은 경험과 거기서 얻은 통찰들이 있었는데 낮은 자존감 때문에 몰랐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내가 가진 자산이 값어치가 있다는 것을 모르고 할 때와 알고 할 때는 강의의 질이 달랐다. 나는 사람들이 궁금해하는 것을 연구하고, 잘 전달할 방법들을 치열하게 고민했으며, 점점 큰 성취감을 찾아갔다.


이 글에서 주고 싶은 메시지는 간단하지만 강렬하다. 여기서는 인간의 수천 가지 성공의 자질 중 리더십이라는 한 가지의 특성으로 협소화 했지만 사실 주고자 하는 메시지에는 보편성이 있다. 바로 누구나 마음먹고 노력하면 어떤 일이라도 할 수 있다는 것이다. 과거에 만약 나에게 이런 단순한 진리를 가르쳐줄 좋은 선생님이나 멘토가 있었다면 이런 진리를 발견하는데 이렇게 긴 시간이 걸리지 않았을 텐데 하는 아쉬움이 오랜 시간 나를 괴롭혔고 나는 내가 아는 사람들이 이런 사실을 알았으면 하고 진심으로 바라며 나의 미천한 경험과 통찰을 더 미천한 글로 여기에 소개했다. 특별한 운명이나 자질을 가지지 않고도 세상의 잣대에서 성공한 사람들이 우리 주변에도 얼마든지 있고, 우리도 그들처럼 밝게 빛날 수 있다는 가깝고도 먼 진실을 강조하고 싶었다. 그러나 글을 쓴다는 것은 사실 처음에 마음먹은 것처럼 낭만적이지는 않았으나, 시도하고 한편을 끝냈다는 성취감은 이루 말할 수가 없다.


아마 눈치챈 독자들이 있을 텐데, 1부는 현재의 나와 연이 있는 사람들에 관한 이야기이고, 2부는 과거의 나와 연이 있는 사람들에 관한 이야기이다. 그리고 3부는 나를 포함한 가족에 관한 이야기이다. 과거와 현재, 가까운 가족과 조금 덜 가까운 타인, 즉 우리는 우리가 관계하는 모든 이들에게 배울 점이 있다는 것을 이야기하고 싶어 3부로 거창하게 구성을 해봤다.


마지막으로 내가 밤하늘 달처럼 바라보고 위안으로 삼는 대문호 요한 볼프강 폰 괴테의 문장으로 이 글쓰기의 마무리를 하려고 한다. 나에게도 지금의 이 글쓰기는 쉬워지기 전에 어려운 과정이라고 생각한다.


'모든 일은 쉬워지기 전에 어렵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