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까지 믿는 사람에게는 모든일이 가능하다
지난 주말, 나에게 달리기라는 습관을 갖게 해준 친구의 러닝 제안에 영하의 날씨를 뒤로하고 이른 아침 올림픽공원으로 향했다. 개업 변호사로 일적으로는 인생의 어느 시기보다 호황을 누리고 있는 친구는, 근래 들어 한꺼번에 부모님이 병상에 눕게 된 아픔을 맞게 되었다. 어쩔 도리가 없는 삶의 고단함을 양 어깨에 잔뜩 짊어지고 살아야만 하는 친구는 한겨울 언 바닥을 박차고 달리며 고단함을 스스로 위안하며 지냈다고 한다. 사는 게 뭐가 그리 바쁜지 소중한 사람과의 만남의 빈도가 자꾸 줄어든다.
마라톤 풀코스 완주 경험도 있는 친구는 여전히 안정된 자세로 잘 달렸다. 나도 그간 혼자 연습을 통해 실력이 나아졌다고 생각했는데, 여전히 친구에 비하면 갈 길이 한참 멀어 보인다. 모든 일에 마찬가지겠지만, 특히 달리기에 있어서는 하루아침에 만리장성을 쌓을 수 없다는 인생의 진리가 담긴 인류의 지혜로운 문장이 단순하면서 묵직하게 다가온다.
추운 날씨에도 불구하고 많은 러닝 동호회가 삼삼오오 모여 올림픽 공원의 아침을 가득 채웠다. 그중 여성 러너들도 많이 목격되었는데 상당한 실력자들이 즐비했다. 우리를 앞질러가던 대부분의 동호회 무리를 보며, 나보다 경력이 월등한 친구는 속도가 530쯤 돼 보인다고 말했다. 530은 1km를 5분 30초에 달린다는 러너들 사이의 언어로 러닝에 조금이라도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530이 얼마나 빠른 속도라는 것을 알 수 있을 것이다. 참고로 초보 러너인 내가 가장 컨디션이 좋을 때가 610쯤 된다. 속으로 아무래도 여성들이 유지하기 어려운 속도임에도 불구하고 저리 달리는 것을 보면, 그간 얼마나 많은 시간을 달린 것인지를 감탄해 했다.
몸이 풀린 5~6km 지점에서 우리를 앞질러가던 무리를 따라 덩달아 우리도 조금 더 속도를 높였고, 혼자 달릴 때에는 가질 수 없던 동기가 무거운 다리를 짓누르며 기지개를 켰다. 왜 인간이 사회적 동물인지를 새삼 상기시켰다.
10km쯤 달렸을 무렵 결국 오버페이스로 무릎에 약간의 통증이 생겼으나 이전보다는 확실히 아프지는 않았다. 더디지만 나의 러닝 자세는 분명 좋아지고 있음을 이번 친구와의 러닝을 통해 확신하게 되었다.
최근 날이 따뜻해짐에 따라 SNS, 인터넷에서 마라톤에 대한 정보들이 많이 눈에 띈다. 아직 한 번도 구체적으로 관심을 갖지 않았던 마라톤 대회 참가라 미처 몰랐는데, 이번 3월 15일에 열리는 서울마라톤 대회와 같은 메이저 대회는 작년에 이미 참가 신청이 끝났다는 것을 이번에 알았다. 사실 그냥 대회 당일 뛰면 되는 것이라 생각했을 정도로 마라톤이라는 것에 무지했었다.
올해 하반기쯤 10km 구간은 한 번 도전해볼 생각은 막연하게 가지고 있었는데 친구와 같이 달리면서 꿈을 조금 더 크고 구체화했다. 일단 11월에 개최되는 10km는 참가할 생각이다. 그리고 더 나아가 내년 3월 서울마라톤대회에서 풀코스 완주를 목표로 지금부터 준비를 해볼 계획이다. 밥 먹듯이 풀코스를 완주하는 사람들이 많은데 이게 뭐가 대단하다 싶겠지만 현재 나에게는 엄청 대단한 결심이다. 왜냐하면 내 무릎은 10km를 간신히 달릴 정도여서 현재로서는 풀코스 도전은 나로서는 불가능에 도전하는 셈이다. 체력과는 완전 별개의 문제다.
미라클 모닝으로 유명한 할 엘로드는 끝까지 믿는 사람들에게는 모든 것이 가능하다고 했고, 나는 이 이론이 맞는 것인지 직접 시험하려고 한다. 만약 내가 마라톤 풀코스를 완주한다고 하면, 더 확신을 가지고 마음속에 품은 다른 것들도 직접 해볼 셈이다.
이런 생각에 이르니 또 내일이 기대되고 즐겁다. 역시 달리기는 여러모로 득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