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김혁건 Jan 05. 2017

제2장 Don't Cry

분 냄새조차 향기롭다던 어머니

“괜찮아. 먹어”  

   

어머니는 무너져가는 아들을 강하게 붙잡았다. 

눈을 뜨자마자 희망을 버린 나와는 달리 어머니는 여전히 당신이 주실 수 있는 모든 걸 내게 주려 했다. 

내게 좋다는 이야기를 들으면 그게 무엇이든, 어디에 있든, 돈도 시간도 생각지 않으시고 밤낮없이 뛰어다니셨다. 


화살나무가 염증에 좋다며 달여 먹기도 하고, 신경에 좋다는 겨우살이 환을 먹고, 끊어진 신경이 자라야 한다며 지리산 고로쇠 수액도 먹고, 유명하다는 침술사를 모셔와 침을 맞기도 하고, 달마 그림이 효험이 있다며 베개 속에 그림을 넣어 두기도 했다. 

액운을 없애는 부적에 불상이며 십자가를 병상에 빙 둘러 놓으시고, 목사님, 신부님, 스님을 병원에 모셔 기도를 하기도 했다. 

하지만 달라지는 건 아무 것도 없었다. 

늦은 밤, 내 옆에서 주무시는 어머니를 바라보았다. 

야윈 어깨로 아들을 짊어지고 버티시는 어머니를 위해서라도 빨리 일어서야 하는데… 

이 고통을 이겨내야 하는데… 


못난 아들에게 밥 한 숟갈 먹이기 위해 몸을 사리지 않으시던 어머니는 점점 더 야위어만 갔다. 

어머니는 내가 볼 수 없는 곳에서 몰래 눈물을 흘리시고는 그 퉁퉁 부운 눈을 감추려 더 활짝 웃어 보이셨다.

        

“내 새끼 대변도 예쁘게 싸네. 무슨 냄새가 이렇게 향기롭데.”


 내 냄새가 향기롭다는 어머니의 말에, 다른 환자의 어머님들께서 맞장구를 치시며 깔깔깔 웃으셨다.     


“그럼. 아들 분 냄새가 세상에서 제일 좋지.”


병실에는 뇌를 다쳐서 의식이 없거나 말을 못하는 젊은이들이 많았었다.

매일 쪽잠을 자며 아들 곁을 지키는 어머님들은, 대소변을 본다는 것은 살아있다는 증거라며 자식의 배설물을 반가워하셨다.     

나에겐 끔찍한 이 현실의 냄새를 향기롭다 하시는 어머니의 말씀에 웃음과 눈물이 동시에 터져 나왔다. 


그리고 병실에 있던, 향기로운 분 냄새를 가진 다른 아들들도 함께 웃었다. 

웃음소리가 병실을 가득 채우니 정말로 이 지독한 냄새가 향긋한 향기로 바뀌는 것 같았다. 

그 향기와 함께, 가끔 아주 가끔이었지만 나도 미소라는 것을 짓기 시작했다. 

매거진의 이전글 제2장 Don't Cry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