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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혁건 Jan 07. 2017

제2장 Don't Cry

살아있어서 다행이야

1주일에 3~4번 하던 치료를 하루에 3번씩 받고, 낮에는 소독, 

저녁에는 썩은 부위를 도려내는 수술을 받았다. 

마취는 하지 않았다. 

나는 메스의 느낌도, 피부를 도려내는 것도 느낄 수 없었으니 그저 알몸으로 엎드려 24시간 동안 침대에 얼굴만 박고 있으면 되었다. 



살이 너무 많이 파여서 더 이상 새살이 자라지 않았기 때문에 손상되지 않은 허리 살을 떼어 손상된 부위를 덮는 복원수술을 3차례나 했다. 

이 지독한 욕창은 무려 1년이라는 시간 동안 내 몸에 달라붙어 끈질기게 나를 괴롭혀댔다. 

90kg이었던 몸무게는 56kg이 되었다. 

     

욕창이 어느 정도 호전되고 나니 숨이 트이는 것 같았다. 

그간 항생제 투여로 늘 메스껍고 구토가 나와 음식을 먹는다는 것은 꿈도 꿀 수 없었는데, 조금씩이지만 식사도 할 수 있게 되었다. 

더 이상 코에 콧줄을 끼워 환자 유동식을 섭취하거나, 링거 영양제 주사로 연명하지 않아도 된다! 


입으로 음식을 먹을 수 있다! 

식욕은 여전히 없었지만, 콧줄을 탈출한 것만으로 충분히 행복했다.      

“혁건아, 하늘 맑은 거 좀 봐.”       

어머니 말씀에 고개를 들어 하늘을 바라보았다. 


눈부신 햇살에 눈을 감았다가 다시 뜨고는 가만히 하늘을 들여다보았다. 

마음이 편안해지는 것을 느꼈다.     

그리고 나는 처음으로 내가 이 빛을 볼 수 있어서, 살아있어서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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