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 일주일간의 파리 여행을 끝으로 인천 공항에 도착했다. 도착하자마자 들리는 건 자동차 경적 소리, 사람들의 볼멘소리였다. 인식하지 않았다면 분명히 나도 그들 중 한 명이었을 것이다. 파리에서 참 인상 깊었던 것 중 하나는 자동차가 자전거나 전동 킥보드를 경적 소리 없이 기다려주는 것, 신호등이 없는 횡단보도에서 보행자가 건널 때 차가 멀리에서부터 속도를 줄이며 여유롭게 기다려주는 것이다. 어떤 경우는 눈을 마주치고 인사를 한 것이다. 그래서일까 한국의 소음이 유난히 더 크게 들렸다.
고맙게도 친한 친구가 공항까지 데리러 왔다. 친구 차에 타자마자 한국에 온 것이 실감 났고, 여러 가지 복합적인 감정에 조수석에서 엉엉 울어버렸다. 친구는 처음 보는 내 모습에 당황스러워하며 어쩔 줄 몰라했고 센강 대신 한강이라도 가자며 나를 달랬다.
난 왜 눈물이 났을까.
한국에 도착했을 땐 막 벚꽃이 만개하던 시기였다. 그렇게 좋아하던 벚꽃을 보아도 감흥이 없었다. 파리에서 본 잡초 색감이 더 아름답다고 느껴질 지경이었다. 사람들이 나더러 파리병에 걸렸다고 했다. 맞다. 단단히 아주 심하게 걸렸고 깨고 싶지도 않았다. 늘 바쁘게 사느라 나 하나 돌 볼 여유도 빠듯했는데 나와는 다른, 내가 속한 문화와는 다른, 지나가는 낯선 사람과 눈을 마주치며 웃을 수 있는 그들의 여유가 참 부러웠다. 우연히 들어간 레스토랑의 서버가 본인의 일을 즐기는 모습을 보며 나는 지금 내 직업을, 내 일을 좋아하는지 생각해 보기도 했다. 리스크가 있더라도 당장 학교로 돌아가지 않고 내가 진짜 이 삶을 간절히 원하는 게 맞는지 점검해 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