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저 그랬던 오후

by 설기로운 서리

일상의 사소한 특별함을 기억하는 방법은

기록하는 것뿐



일상_1

골목길 소독차

몇 년 전 그냥 추억 속 소독차를 봤다는 것, 그 하나로 이 날의 오후는 특별한 기억이 되어

내 머릿속, 그리고 사진으로 앨범에 남았다.


경의선 책 길이 개발되기 전

동교동 골목길은 정말 '동네 골목길'이었다. 추억 속 소독차가 다닐 정도로.

북적이던 홍대 거리랑 10분 정도의 거리였지만 신기하게도 그랬다.

번쩍이던 홍대는 떠오르지도 않게 그날 동교동 골목길은 소독차의 뿌연 바람으로 가득 찼고

소독차를 따라가던 아이들이 흐릿하게 보였다.

참 신기하게 왜 10년이 지나도 아이들은 소독차를 왜 따라가는 걸까

아무도 따라가라고 안 가르쳐줬을 텐데, 패턴이 똑같아 뭔가 웃음이 났다.


의자.JPG

일상_2

여름날의 기록

'청춘은 들고양이처럼 재빨리 지나가고 그 그림자는 오래도록 영혼에 그늘을 드리운다.'

- 김연수 <청춘의 문장들> -


무지하게 더웠던 여름날,

점심을 먹고 다시 일을 가던 길에 뙤약볕 아래 덩그러니 있는 의자 하나가 눈에 들어왔다.

가만히 숨만 쉬어도 더웠던 날이었는데,

타의로 무더운 더위에 저곳에 옮겨져 움직이지도 못하는 저 의자가 문득 안쓰러웠다.

그냥 의자 하나일 뿐이었는데, 이상하게도 순간 여러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정말 의자 하나일 뿐이었는데, 작년 나의 여름날 중 특별한 기록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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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_3

커피 프린스


이 날은 정말 별거 없이 친구랑 카페에서 수다를 떨고

오후 햇빛이 가장 노랗게 변하는 4시쯤 집으로 돌아가는 길이었다.

이 날은 그저 그런 오후의 햇살의 따뜻함을 놓치고 싶지 않았다.

햇빛이 너무 예뻐 보여 카메라를 들었고, 가을이라 붉게 물드는 낙엽을 찍었다.

그런데 기록으로 남았다는 것,

그 하나로 몇 년이 지난 지금도 그 순간 내가 느꼈던 사소로운 행복감이 기억난다.

그게 바로 기록하고 기록해야 하는 이유


내일만 되어도 "지금"은 과거가 되어버린다.

하지만 우리는 "지금"이라는 것에 안주해 우리의 일상의 사소한 특별함을 놓치고 있다.

"지금"우리가 가족들과 마주 보며 활짝 웃는 순간들도 몇십 년 뒤면

세상에서 가장 특별했던 순간이 될 텐데 말이다.


일상의 사소한 특별함을 놓치지 않을 수 있는 방법은

기록하고 기억하는 것, 그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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