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나도 내가 본 것만 믿으려 한다

미야의 글빵 졸업 작품

by 눈물과 미소



휴직을 했다. 자의로 이루어진 결정은 아니었고, 상황으로 인해 어쩔 수 없이 휴직을 하게 되었다.


집에 있으면서 하루하루 내가 소중한 사람이라고 다독이는 데 애를 먹었다. 나는 정말 존재의 의미를 직장에서 찾고 있었는가 보다. 나를 불러주는 사람이 있고 회의를 하러 갈 수 있다는 사실에 얼마나 신이 났는지 모른다. 최대한 단정해 보이는 옷을 선택하고, 화장을 꼼꼼하게 했다. 화장실도 들락거린 끝에 마침내 출발했다. 날씨도 내 마음을 아는지 비가 오락가락하기에, 나도 덩달아 우산을 접었다 폈다 했다. 마냥 행복했다. 그리고 회의 장소에 도착하자마자 질문을 받았다.


- 휴직했다면서요?


아는 분이 나에 대한 소문을 들었던지, 나의 손을 붙잡으며 조심스레 질문했다. 하는 수없이 직장에서 괴롭힘을 당한 이야기를 했다. 립스틱을 분질러 놓고, 서랍을 파손하는 등 온갖 일을 겪었노라고. 작년에 시험지 분실 사건 등 너무 힘든 일을 겪어서 올해는 잘 지내는 줄 알았는데 너무 속상하다고 하였다.


- 저도 성찰할 부분이 있겠지요, 뭐.


말하며 희미한 웃음을 지었다. 이야기의 화제가 전환되었고, 나는 안도했다. 그 후 한참 회의가 진행되는데, 두려움이 몰려왔다. 작년 시험지 도난 사건에 이어 올해도 이 사람 저 사람에게 괴롭힘을 당한다는 이상한 이야기를 하다니, 타인의 눈에 비친 내가 ‘알고 보니 이상한 사람’으로 여겨지지는 않을까 하는 마음이 문득 들었던 것이다.


- 제가 이상하게 보이시죠?


회의를 마치고 나오는 길에 나지막한 목소리로 질문했다. 실은 ‘제발 나를 이상한 사람으로 보지 말아 주세요.’하는 간청이었다.


- 저는 제가 본 것만 믿습니다.

- 예?

- 제가 본 00 선생님은 이상한 사람이 아니에요.


눈물이 주룩 흘러내렸다. 내가 그동안 허투루 살지는 않았나 보다, 하는 생각이 들어 기뻤다. 내가 괜찮은 평판이 어울리는 사람이라고 판단했다는 것은, 내가 칭찬할 만한 모습으로 살아가는 사람이라는 의미이니까 말이다. 하지만 무엇보다, 다소 국지적이고 어쩌면 일시적인 ‘현상’을 통해 무언가나 누군가를 판단하지 않고 ‘본질’을 보려 노력하는 사람이 있다는 사실에 커다란 위안을 받았다. 물론 그런 시각으로 봐준 대상이 나여서 더욱 행복했다.


세상 사람들이 다 이렇다면 어떨까? 우리는 너무나 많은 순간 소문만 듣고, 어떤 일면만 보고 그 사람이나 상황 전체에 대한 판단을 해버리지 않느냐는 말이다. 타인의 내면이나 어떤 일을 종합적으로 알아가는 노력을 한다면, 서로 싸울 일도, 상처받을 일도 없지 않을까.


나도 현상 너머 본질을 바라보려 노력하는 삶을 살고 싶다. 그리고 넘어져 힘들어하고 있는 이에게 ‘너는 괜찮은 사람이야’라고 말해주며 손을 내밀어 토닥여주는 사람이 되고 싶다.


나도 본 것만 믿는 사람이 되자고 다짐한다.



keyword
수, 금, 일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