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써 수확한 땅콩은 햇볕에 오랫동안 말려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금세 곰팡이가 피기 시작한다. 곰팡이가 핀 땅콩은 1분 1초가 아쉬우므로 속히 물에 넣고, 소독을 위해 베이킹소다를 풀어 삶는다. 삶긴 땅콩을 대접에 담는다. 자리잡고 앉아 땅콩 껍질을 까노라면 상념이 없어진다. 모난 윗부분 절단면을 엄지와 검지를 이용하여 자그시 누르면 깍지가 빡- 소리를 내며 열린다. 더러는 윗부분만 열리고 더러는 중간까지 열린다. 열린 틈새에 손끝을 넣은 채 양손으로 쥐고 벌리면 태아 같은 땅콩이 모로 누워 옹크리고 있다. 둘인 것도 있고 오도카니 혼자인 것도 있다. 깐 땅콩을 입에 털어넣거나 그릇에 담는다. 어쩌다 흘린 것은 바닥에 떨어졌다는 핑계로 입에 하나 더 집어넣는다.
땅콩을 떠나보낸 허허로운 땅콩 껍질은 빈 자궁이다. 쓰레기통으로 가기 전 잠시라도 빈 껍질은 빈 껍질끼리 모아 외롭지 않게 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