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흰머리와 나의 외로운 마음

by 눈물과 미소



작은 아이가 내게 염색을 한 번만 하면 안 되냔다. 엄마가 흰머리가 많은 게 싫으냐니 그렇단다. 흰머리가 많은 것이 부끄러워 학교에도 못 오게 한 것이었느냐고 하니 어느 정도는 그렇단다.


학창 시절이 떠오른다. 나는 엄마가 밍크코트를 입고 학교에 오신 것이 부끄러웠다. 다른 엄마들처럼 우리 엄마도 그냥 수수한 옷차림을 하고 오셨으면 얼마나 좋았을까, 싶었었다. 엄마가 부끄럽게 느껴지는 그 기분을 알기에 아이의 말에 상처를 받지는 않았다. 다만, 염색을 하고 싶지 않은 나의 마음을 이해받기는 어렵겠구나, 싶다.


내가 염색을 하지 않으려는 데는 여러 가지 이유가 있다. 첫째, 수질오염을 시키고 싶지 않다. 일 년에 한두 차례 파마를 하는 것도 모자라 염색까지 하면 나로 인해 물고기들이 많이 죽어버릴 것만 같아서 싫다. 둘째, 모근이 약해지고 모발이 얇아지는 것이 싫다. 흰머리 염색을 일단 하기 시작하면 계속해서 하게 된다는 말을 누차 들은 터이다. 셋째, 남들이 다 염색을 한다고 해서 똑같이 따라 하고 싶지 않다. 넷째, 인위적인 것에 대한 거부감이 있다. 흰머리도 나의 일부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다시 한번, 아이는 이런 나의 마음을 이해하지 못한다. 마음이 조금 외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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