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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도 기다리지 않지는 않은 사람

by 눈물과 미소


나의 꿈은 영어교육계의 별이 되는 것이다. 그리고 하나님이 기뻐하시는 일꾼으로 살아가는 것이다...라고 말하던 시절이 있었다. (현재도 그 꿈이 동일한지는 잘 모르겠다. 아니 어쩌면, 내가 그런 꿈을 가지고 있노라고 말해도 괜찮은 상태인지 잘 모르겠다. 이상향과 현실의 괴리가 커서 그런지도 모르고, 꿈꾸는 일의 부질없음을 느껴서 그런지도 모른다.) 큰 일을 해낼 인물이기에 작고 사소한 것들에는 좀 무심해도 괜찮다고 생각하고 살았다. 이를테면 집안을 깔끔하게 정돈하고 살아간다던가, 식사를 할 때 반찬통에서 반찬을 정갈하게 담아낸다던가 하는 것들 말이다.


문득 일리야 레핀의 그림 <아무도 기다리지 않았다>를 감상하다가 깨달았다. 위대한 혁명가로서 동료들의 추앙을 받았을지언정 아들, 남편, 아빠로서는 형편없는 사람이었던 그. 가까스로 목숨을 부지하여 집으로 돌아왔건만 반기는 기색이 없는 가족들. 그와 가족의 모습에 나의 모습이 비치어졌다. 커다란—어쩌면 허황된—꿈을 꾸며 살아가느라 엄마로서, 그리고 한 사람의 인간으로서 무르익을 시간이 없었던 것은 아닐는지. 가족을 포함한 주변 사람들에게 정말 ‘별로’인 사람이 되어버리지는 않았는지.


심지어 휴직하여 방구석에 있다 보니 나는 선한 영향력은커녕 그저 어떤 무익한 존재가 되어버린 듯한 느낌마저 든다. 물론 나는 내가 소중한 존재라는 사실을 잊지 않고 있다. 그리고 지금 이 시기는 내가 무르익어가는 시절이 될 것이다. 나 스스로에게도, 나의 소중한 사람들에게도 말이다.


그런 시절이 될 수 있도록 나는 어떻게 살아가야 할 것인가, 생각하는 밤이다.


Ilya_Repin_Unexpected_visitors.jpg?type=w773 일리야 레핀 <아무도 기다리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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