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니와 함께 박찬욱 감독의 영화 <어쩔 수가 없다>를 보았다. 국제무대에서 극찬을 받은 영화라고 해서 꼭 보고 싶었다. 영화를 보면서 우리나라가 정말 문화 강대국이 되었구나, 하는 생각에 뿌듯했다. 그리고 이어령 선생님 말씀처럼 우리나라는 남의 눈에 피눈물 나게 만드는 침탈의 역사 없이 이렇게 잘 사는 나라가 되었다는 사실이 그 무엇보다 소중하고 자랑스럽게 여겨졌다.
자연히 나의 삶에 적용해 볼 교훈을 떠올리게 되었다. 누군가의 눈에서 눈물 흐르게 하는 삶을 살지 말자는 것, 그리고 공격을 받을지라도 똑같이 되갚아 주지는 말자는 것... 이렇게 나의 상황에 적용해 보자니 부끄러움에 눈물이 찔끔 날 것 같았다. 그간 나를 괴롭힌 사람들을 하나님이 다 혼내주시라고 퍼붓는 기도를 나는 해왔기 때문이다. "누구든지 네 오른쪽 뺨을 치거든 왼편도 돌려대며"라는 마태복음 5장 39절 말씀, "형제가 내게 죄를 범하면 몇 번이나 용서하여 주리이까"라는 베드로의 질문에 "일곱 번을 일흔 번까지도 할지니라"라고 답한 예수 그리스도의 말씀(마태복음 18:21-22)의 말씀을 익히 알고 있으면서도, 그렇게 나를 집단적으로 괴롭혀온 사람들을 떠올릴 때마다 분개하게 되는 것을 어쩔 수가 없었던 것이다.
물론 나는 피눈물 나는 일을 당한 입장이므로, 전쟁을 통하지 않고 문화 강국이자 선진국이 된 우리나라를 자랑스러워하는 상황과는 조금 결이 다르긴 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평화가 아닌 전쟁이 나의 마음을 장악하고 있었다는 사실 때문에 마음이 불편했다.
추석이다. 까치밥을 남겨놓고, 고수레를 하며 들짐승들과 음식을 나누고, 조직이 성근 짚신을 통해 곤충 하나 죽이기를 원치 않았던 우리 조상들의 넉넉하고 따뜻한 마음을 기리며, 너그러운 마음을 더욱 지니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