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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명절 준비

by 눈물과 미소



명절을 준비하며 가장 먼저 한 일은 음식물 쓰레기 처리하는 일이다. 냉장고에서 이미 상한 음식을 포함하여 그간 쌓인 음식물 찌꺼기를 버리고 왔다. 얼마나 양이 많은지는 부끄러워서 밝힐 수 없다. 집을 비운 사이 날파리의 천국이 되지 않도록 아침부터 음식물 쓰레기를 들고 설쳤는데, 적잖이 뿌듯하다.


내가 명절 쇨 준비를 하면서 한 두 번째 일은 먹는 일이다. 한동안 집이 비어있을 텐데 음식물이 남아있으면 모두 상해버리기 때문이다. 엊저녁에 먹다 남긴 밥을 먹었고, 밥솥에 쪄둔 단호박을 먹었으며, 일전에 수확해 온 오이를 먹었다. 추석 명절에 다이어트를 결심했건만, 명절을 본격적으로 맞이하기도 전에 배가 왕창 부르니 당혹스러운 일이다.


명절을 준비하며 하고 있는 세 번째 일은 글쓰기이다. 갖가지 이유로 최근 글쓰기가 참 어려운데, 메모라도 몇 줄 남겨야 명절을 시작하는 마음이 덜 괴로울 것 같았다. 그래서 음식물 쓰레기를 쓰레기통에, 남은 음식물을 배에 넣어 버리는 중차대한 임무를 처리한 후에는 글에 생각을 넣으려 노트북을 열었다.


인생은 원래 쉽지 않다. 그걸 잊지 않으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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