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근으로 우울감을 떨쳐버리다

by 눈물과 미소



요 며칠 우울감과 싸우고 있다. 특히 오늘은 마음이 바닥을 치는 날이었다. 햇살이 비치지 않은 탓도 있기는 했을 것이다. 겹겹이 쌓여있는 책이며 제자리를 찾지 못한 물건 등 너저분한 집을 보며 입술을 깨물었다. 어제 나만을 위해 동태탕을 끓였던 것처럼, 지금 내가 여기에서 할 수 있는 '작은' 일을 찾아야만 했다. 먼저 식탁에 널려 있는 물건들을 하나씩 정리했다. 그리고 상자에 아무렇게나 넣어둔 책을 꺼내 분류한 뒤 당근마켓에 글을 올리기 시작했다.


'제가 살 수 있을까요?'


몇 분 지나 메시지가 왔고, 거래 약속을 했다. 숨통이 트였다. 책 세트를 9,000원에 팔고 오는 길에는 17,500원짜리 단백질 가루를 샀다. 배보다 배꼽이 크다. 하지만 아무렴 어떠리. 집의 한 구석이 조금은 깨끗해진 데다가 마음의 우울감을 떨쳐버릴 수 있었는데.


휴대폰 거치대, 오디오, 액세서리 등 평소 쓰지 않던 물건을 하나씩 하나씩 사진 찍어 글을 올릴 때마다 내 안의 꺼져가던 생명에 불씨가 이리저리 옮겨 붙는 느낌이었다. 신기했다. 아주 작은 변화로 이렇게 마음 상태가 달라질 수 있는 것이다.


오늘 내 마음을 지켜준 작은 친구는 당근마켓이었다.

keyword
작가의 이전글평소보다 더 짧은 일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