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하기 싫은 사람

by 눈물과 미소




소득공제 자료를 제출하기 위해 직장에 갔다.


지난 직장에서부터 함께 일하던 직원이 더 이상 나에게 인사를 하지 않는다. 대상이 ‘나’이기 때문만은 아닐 수도 있다. 그저 성향이 소극적이어서 그럴 수도 있고, 어떤 일에 몰두하느라 인사할 타이밍을 놓쳤을 수도 있다. 하지만 일어서서 동료와 이야기를 나누며 충분히 고개를 돌려 인사할 수 있는 순간에도 인사하지 않은 것으로 보아 단순히 타이밍이나 성향의 문제는 아니었던 것 같다. 같은 직장에 발령받았다는 사실을 알고는 무척 반갑게 인사하던 이였기에, 마음이 편하지 않다. 그렇다고 심히 불편한 것도 아니지만.

나이가 들수록 제삼자에게 나도 아무개를 알고 있노라고 말하기가 조심스러워진다는 이야기를 들은 일이 있다. 나에게는 좋은 사람이지만 다른 사람들과는 어떤 관계를 맺고 살아가는지 알 수 없으니 괜히 아는 척했다가 나까지 이상한 사람 취급당할까 봐 염려가 된다는 의미이다. 나도 누군가에게 그렇게 된 것 같다. 안다고 말하기 꺼려지는 사람. 또 어쩌면 누군가에게는 굳이 인사하기 싫은 사람.


유독 타인에게 미움받기를 두려워하는 성향이었다. 실로 내가 만나는 사람들에게 대체로 ‘좋은 사람’ 소리를 들어왔던 시절도 있기는 있었다. 나는 보통의 타인과 달리 대다수의 사랑을 받는 관계의 기술 혹은 인간적인 매력을 지니고 있다고 생각했었다.


일련의 일을 겪으며 상황이 변했고, 생각도 바뀌었다. 누군가에게는 비호감, 누군가에게는 미스터리한 인물이 되고 난 지금, 모든 사람의 호감을 사고 싶다는 마음에 대해 생각해 본다. 타인에게 선을 베풀며 살고 싶다는 이타적인 마음도, 사람 욕심도 아닌 교만과 무지의 문제라는 데 생각이 이른다. 모두의 사랑을 받을 수 있을 거라고 여기는 교만, 그리고 이 세상 사람들 속이 얼마나 복잡한지 알지 못하는 무지.


어쩌면... 이 모든 게 착각이고, 변한 것은 나의 자아상일 뿐인지도 모른다. 그저 내가 나를 조금 덜 아끼게 되어서 나에 대한 타인의 시선이 덜 긍정적으로 여겨지는지도 모르겠다는 말이다.


용무가 끝나고 나오면서 일부러 목소리를 크게 하여 인사를 하고 나왔다. 그 직원이 인사를 받아주었는지 아닌지는 잘 모르겠다.


어찌 되었든 간에 오늘은 좀 슬프다.


월, 목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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