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직 일기

by 눈물과 미소

복직 이틀 만에 눈에 실핏줄이 터졌다. 방송 업무를 맡았는데, 방송을 망치는 꿈을 꾸는 등 악몽을 꾸어가며 요 며칠 잠을 설쳤던 탓일 것이다. 운동 다녀와 얼른 씻고 자려는데 아이가 먼저 샤워실에 쏙 들어가 버린다. 여태껏 무얼 하다가 이제 씻느냐고 짜증을 냈다. 두어 마디 더 보태어 남은 화를 분출하고 싶은 마음이 들었지만 꾹 참길 잘한 것 같다. 아니나 다를까, 아이가 역대급으로 빠르게 씻고 나왔다. 짜증을 냈더라면 아이에게 미안할 뻔했다.


퇴근길 방향이 같은 동료와 동행했다. 시선이 나의 머리에 잠시 머물렀다가 눈으로 내려왔다. 눈빛에 당황스러움 혹은 놀라움이 스쳤다. 오랫동안 쳐다보는 것은 예의가 아니라고 생각했는지도 모른다. 흰머리 때문에 지저분해 보이니 머리를 단정하게 묶고 다니라는 엄마 말씀대로 올림머리를 했는데도 동료를 놀라게 하고 말았다. 잠시 동안 머리 염색을 진지하게 고민했다. 늘 그렇듯, 생긴 대로 살자는 결론에 도달했다.


삼일 째 되는 오늘은 뒷목이 뻐근하고 심장이 두근거린다. 어제와 오늘 운동을 괜히 했나 싶기도 하다. 동료의 우스갯소리가 떠오른다. 휴직했을 때는 명예퇴직을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는데, 복직을 하니 명예퇴직 생각이 더 간절해지더라는 반전 이야기를 듣고 깔깔거리며 웃었더랬다.


나는, 휴직 시기 내내 복직을 기다렸다. 막상 복직을 하여 눈에 실핏줄이 터지고 가슴이 두근거리고 하다 보니 아침 늦은 시각까지 늘어지게 잠을 자던 나날이 조금은 그립지만, 휴직을 다시 하고 싶은 마음은 없다. 주어진 시간을 어떻게 보내야 할지 고민하던 순간, 나는 내 자신이 참 싫었던 것 같다. 정해진 시간표와 해야 할 일들이 있는, 그리고 나에게 인사를 건네오는 이들이 있는 지금이 나는 좋다.


월, 목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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