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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롤로그_당부

by 눈물과 미소

넌 내 곁에서 이야기 들어줄 거니? 부디 그러겠다고 약속해 줘. 그런데 약속하지 않아도 돼. 왜냐하면, 내 이야기를 듣게 되는 조건이 좀 까다롭거든. 날 비웃어도 안 되고, 그럴 리 없다는 표정을 지어서도 안 돼. 날 그냥 믿어주고, 얼마나 괴로웠을지 차마 상상이 안 된다는 표정으로 날 바라보며 이따금씩 탄식을 내뱉어 줘야 해. 어디 가서 다른 사람들에게 내 이야기를 전하면서 ‘걔 아무래도 리플리 증후군인 것 같지 않냐?’와 같은 말을 덧붙여서도 안 된다는 건 말하지 않아도 알겠지? 약속 지키기가 어려울 것 같으면 지금 얘기해 줘. 내가 속사포처럼 괴상한 이야기들을 터뜨리기 전에 말이야. 그러면 우리는 평생 친구가 되는 거야.


알았어. 약속했다.






아직도 무더운 여름날이었어, 너무나 예쁘고 날씬한 데다 총명한 그 여자가 내 앞에 앉아 면접을 본 것은. 음성도 얼마나 부드럽고 듣기 좋던지, 다른 면접관들 얼굴에 미소가 가득하더라니까. 하지만 난 아무래도 느낌이 이상했어. 세 가지 정도 이유가 있었는데, 내가 하고 있던 수업에 대해 너무 잘 알고 있더라는 것, 그리고 학교 사정을 알지 못한 상태에서는 도무지 할 수 없는 이야기를 하더라는 것, 무엇보다 누군가가 그 여자가 면접을 보고 있던 시각에 뒤편 방에서 면접 내용을 엿듣고 있더라는 것이야.


알겠어, 천천히 하나씩 설명해 줄게.

응, 네 표정은 방금 약속한 것들에 해당하지 않으니까 걱정 마.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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