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단, 내가 다른 선생님들과 함께 학교에서 과학 독서 수업을 하고 있는데, 나 그걸로 좀 유명해진 것 같기도 해. 학생들 실력이 엄청 많이 느는 게 눈에 보이고, 주변 학원 선생님들한테서도 칭찬을 받고 있다니까. 암튼 근데, 그 여자가 도서를 활용해 과학 수업을 하는 게 얼마나 도움이 되는지에 대해 청산유수로 썰을 풀더라는 거지. 내 눈을 똑바로 쳐다보면서 말이야. 그냥 일반적인 수업에 대한 이야기를 하는 다른 면접자들과는 달랐어. 아주 눈에 띄었지. 그래서 나는 느낌이 쎄하더라고. 너무 정답을 말하니까. 혼자 너무 튀니까.
뭐, 이건 그렇다 쳐. 옆에서 다른 선생님께서 ‘업무는 어떤 걸 선호하시나요?’라고 질문하셨을 때, 그 여자가 뭐라고 했는지 알아?
“다 괜찮습니다. 2학년부도 괜찮고...”
난 소름이 끼쳤어. 아니, 우리 학교에 2학년 담임 선생님 자리가 갑자기 비게 되었다는 사실을 대체 어떻게 알고 그 부서를 콕 집어서 희망하냐는 거야. 게다가 생각해 봐. 신학기도 아니고 한여름에 학교 기간제 교사 면접을 보러 온 사람이 담임이 되겠다고 하는 게 말이 되니?
그래서 내가 질문을 했지.
“선생님, 어디에서 우리 학교 사정을 좀 듣고 오셨나요?”
그랬더니 웃음기를 확 거두면서 ‘아니오.’ 하더니 그 뒤로는 내 눈을 단 한 번도 안 마주치더라. 진짜 이상하지?
게다가 유독 그 여자가 면접을 보고 있을 때만 누가 뒤편에서 면접 내용을 엿듣고 있었다는 거 아니니. 면접장으로 사용한 교실 안에 옆방으로 통하는 쪽문이 하나 있어. 작은 반투명 창이 나 있는. 아 글쎄 그 문으로 누가 귀를 이렇게 갖다 대고서 한참 동안 듣고 있더라고. 교실을 사용하고 싶은데 누가 있는지 없는지를 확인하는 수준이 아니었어. 아주 오랫동안, 의도적으로, 귀를 기울이고 있었던 거야.
나는 다른 분을 뽑았으면 좋겠다고 했어. 두 번째 면접 본 분께서 학교 경험은 없으셔도 회사에서 일하신 경력이 있으니 업무 처리 능력은 걱정하지 않아도 될 것 같고, 태도도 좋으시고, 하면서 말이지. 그런데 나 빼고 다들 만장일치로 그 여자가 제일 적임자라고 하시는 거야. 그래, 나도 이해는 해. 미리 준비해 온 지구본을 교탁 위에 올려놓고 과학 도서를 낭독하며 수업 시연을 선보인 사람은 그 여자뿐이었던 데다가, 예쁘고 방긋방긋 웃는 멋진 사람 대신 약간 얼떨떨한 모습으로 버벅거리느라 답변을 잘 못하고 무엇보다 현장 경력도 전혀 없는 사람을 뽑자는 게 말이 되니 어디? ‘왠지 느낌이 안 좋으니까 다른 사람 뽑았으면 좋겠어요.’와 같은 말을 했을 때 우리 동료 선생님들 표정은 상상하고 싶지 않아서 입 밖에 꺼내지도 못했지. 그래서 그냥 풀 죽은 말투로 ‘모든 분 뜻이 그러시다면 그렇게 하시죠.’라고 말하고 말았지 뭐.
그렇게 해서 그 여자랑 2학기부터 같은 교무실에서 근무를 하게 되었어.
아참, 그 엿듣던 사람 말이야. 주황색 브리지를 넣은 단발머리를 한 사람은 우리 학교에 한 명 밖에 없었기 때문에 이름도 과목도 모르는 상태였지만 누구인지는 알고 있었어.
압권인 건 뭔지 알아? 예전에 우리 학교에 상담 선생님으로 근무하다가 정년퇴직을 한 분이라는데, 학교에 근무할 때 공금을 유용하고, 기물을 훔치고 해서 학교에서 평판이 아주 안 좋았다고 하더라. 게다가, 가장 친한 친구의 자살로 인해 상담받으러 온 아이한테 너 때문에 친구가 죽었다고 비난해서 아이가 엄청나게 충격받았었다는 거 아니니. 정말 오랫동안 힘겨워했대. 너무너무 안타깝지.
그런데 그런 사람을 왜 또 학교에서 고용을 했느냐고? 내 말이. 올해 상담 강사님을 모집하는데 그 이만애 강사님 딱 한 명만 지원하는 바람에 학교에서는 어쩔 수 없이 채용을 했다는 거야.
이건 모두 첫 번째 사건이 터진 이후에 다른 선생님께 들어서 알게 된 이야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