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바람난 인문학 Sep 10. 2024

미쳐야 할 수 있다


 내가 독립을 결심한 해에

대학원을 함께 다닌 선배님께서 전화를 주셨다.

점심 먹고 사장학에 대해서 알려줄 테니까

출판단지로 오라는 것이다.

나남출판사 조상호회장님이시다.

연배도 많고 출판사로 일가를 이룬 선배님이기 때문에

좋은 말씀이 있으리라는 믿음으로 갔다.

점심을 먹고 사무실에 들어가 말씀을 주시는데

일성이 여자 문제였다.

중소기업 사장 중에 무너지는 경우가

은근히 여자 문제가 많다는 것이다.

또 하나는 건강 문제를 꼽았다.

특히 나는 기러기 생활을 막 시작하려는

상황이었기 때문에

건강을 챙기지 않으면

전력질주를 할 수 없다는 것이다.

그리고 또 하나는 정반대로

잘 쉬어야 한다는 것이다.

선배님의 간곡한 부탁의 말씀을 듣고

사무실로 이동하는 40여분 동안

나의 삶을 리뷰해 보았다.

비굴하게 살지도 않았고

나의 성공을 위해 동료를

악의 구렁텅이로 밀어 넣지도 않았기 때문에

자신 있었고

많은 광고주들이 러브 콜을

보내기도 해서 자신감도 뿜뿜이었다.

 나는 계획대로 독립을 준비해서 했고

내 책상 앞에는 ‘미쳤다는 말을 들어야 후회없는 인생이다’

라는 자극적인 표어를 붙여 놓고

하루 24시간이 모자라게 일을 했다.

그렇게 일한 결과가 오늘까지 이어지고 있다.

친구들이 거의 모두 은퇴하고

카톡에 여행하는 사진만 올리는 한가한 시간에도

나는 일을 하고 있다.

손주들의 사진을 올리는 일을 기쁨으로 아는 친구들이 있지만

나는 여전히 현역이다.

광고 일이 괴로운 시간이었으면

그만 두었겠지만 나에게 광고일은 천직이었다.

앞으로 몇 년을 더 일할 지 모르겠지만

죽는 그날까지 후배들과 아이디어를 내고

광고를 만들고 하면서 눈을 감고 싶다.

무슨 재주가 많아서 그런 것이 아니라

내가 가장 잘 할 수 있는 일이 바로

광고를 만드는 일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무엇보다 좋아하는 일이기 때문이다.

작가의 이전글 단심가와 하여가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