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사람이면
개는 친숙해도 늑대와는 거리감이 있을 것이다.
개는 반려동물이지만
늑대는 때로는 인간을 공격할 수 있어
전통적으로 멀리해온 영향도 있을 것이다.
나이가 좀 있는 사람이라면
케빈 코스트너가 감독과 주연을 맡은
‘늑대와 춤을’이라는 영화를 생각할 것이다.
서부 개척시대를 배경으로 전개되는 영화는
미 육군 중위인 존 덴버가
파견지인 ‘라코타’족과 접촉하면서 그들의 일원이 되는
과정과 갈등을 드라마틱하게 연출한 작품이다.
1990년도 아카데미 영화상 7개부문을 휩쓸 정도로 성공한 작품이다.
아무튼 우리에게는 멀리 느껴졌던 늑대가
친근하게 느끼게 하는 계기가 된 것도 사실이다.
프랑스 속담에 ‘개와 늑대의 시간’이라는 표현이 있다.
해가 질 때 붉은 빛과 밤의 어둠이 겹쳐
개인지 늑대인지 구분이 잘 안가는 것을 의미한다.
그런데 이 시간대가 포토 그래퍼에게는
촬영해서 작품으로 표현하기 매우 좋은 시간대라고 하며
화가에게는 오묘한 색채로 강한 인상을 주기 때문에
작품으로 많이 그렸다고 한다.
이런 긍정적인 면도 있고
개인지 늑대인지 구별이 안가
화를 입는 경우도 많았을 것이다.
순둥한 개인 줄 알고 다가갔지만
사나운 늑대면 화를 입을 게 뻔하기 때문이다.
우리의 표현 중 ‘뜨거운 감자’와 같이
따뜻할 때 먹어야 맛있는 감자지만
너무 뜨거우면 입안에 상처를 입을 수 있어
곤란할 것이다.
아마도 개와 늑대도 뜨거운 감자와 같은
꼴인 것이다.
요즘 대한민국은 4.10일 총선으로
온통 뉴스가 선거판이다.
공천을 받은 자와 탈락자가 나뉘고
그 과정에는 ‘개와 늑대’와 상황이 비슷한 경우도 많다.
시스템 공천이라는 명분으로 하고 있지만
정략적이고 전략적이지 않을까 생각한다.
그 과정에서 수많은 ‘개와 늑대’의 갈림길이 있을 것이다.
아무튼 여나 야나 국민에게 감동이 있고
국민과 나라를 생각하는 사람들이 공천을 받길 바랄뿐이다.
조금 불안한 생각은
양당이 표방하는 선거 공략과 명분이
오직 상대방 죽이기에 함몰되어 있는 듯해
걱정이다..
정치는 다른 생각들이 만나 토론하고 조율해서
이상적인 가치를 만들어내는 고도의 작업인데
그런 순기능은 사라지고
오직 누가 다수당을 차지하느냐에만
집착하는 것 같아 안타깝다.
세계사에 빛나는 정치인들은
국가를 위한 아젠다를 위해서는
몸을 아끼지 않았다.
자기한테 쏟아지는 비판을 감내했고
선거의 유불리도 아랑곳하지 않았다.
처칠이 세계1차 대전에 임할 때 그랬고
케네디도 구 소련과 대치할 때도 그랬다.
정치 공학이 아닌 국민과 국가를 위한 아젠다라면
관철시켜야 할 것이다.
선거철을 앞두고
오직 상대방 흠집내기만 급급하는 여야를 보면
암울한 기분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