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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를 범죄자로 만드는 여자

by 바람난 인문학

최근에 많이 없어졌지만

아직도 많은 나라에서 여전히 여자를 몸매로

아름다움을 평가하는 미인대회가 많다.

특히 수영복 심사에서는

적나라하게 몸매를 드러내고

거기에 중계하는 아나운서는

몸매 사이즈를 줄줄이 멘트로 날렸다.

33-23-34

개미 허리에 볼륨감을 살린 신이 내린 몸매라는 등의

멘트를 날리면서 중계를 하곤 했다.

많은 시청자들은 TV 앞에 모여 앉아

누가 1등 몸매라면서

내기까지 하는 웃지 못할 모습이

우리나라에서 사라진 지 얼마되지 않았다.

이런 환상적인 몸매를 가진 후배가 있었다.

그 친구가 어느 날은

심각하게 나에게 전화를 걸어와

상의할 일이 있다는 것이다.

무슨 일이냐고 하니까

전화로는 곤란하다며

날자 2,3개를 말하면서

편한 날로 저녁을 하자는 것이었다.

아마 그녀는 대학을 졸업하고

직장 생활을 시작한지 1,2년이 되었고

나는 롯데그룹의 하우스 에이젠시인 대홍기획에서

대리로 근무할 때였다.

약속한 날짜에 만나서

그녀의 이야기를 들어보니

쇼킹 그 자체였다.

자기가 담당하는 광고주의 회장이

개인적으로 연락이 왔다는 것이다.

그 회장은 아버지가 이룬 회사를 이어받아

계열사가 10여개나 되는 그런 규모의 그룹 오너였는데

어느 날 개인 핸드폰으로 전화를 걸어와

자기 신분을 밝히고

몇 월 몇 일 몇 시에

회장실로 들어왔으면 한다는 것이었다.

회사에 보고하지 말고 오라는 당부의 말을 전화 끊기 전에 해서

회사에 보고도 못하고 어쩌면 좋겠냐는 것이다.

나는 남자의 촉으로 뭔가 앞으로 다가올

풍파가 크게 다가올 것이란 것을 예감하고

심각하게 듣고 있는데

갑자기 그 후배가 말을 잇지 못하고 울기 시작했다.

“만났니?” 라고 물으니까

그녀는 어깨까지 들썩이며

“어떻게 안 만나요, 오너 회장이 일 때문에 상의하자는데…”

그러면서 울음은 더 커지기 시작했다.

그녀의 그날 이야기를 요약하면 기가 막혔다.

그 회장은 이 친구에게 자기네 회사의

광고 물량을 전량 줄 테니까

그녀에게 본인이 마케팅 전략에 궁금한 것이 있을 때

자기 회사에 들어와 보고해줄 수 있느냐고 물었다고 한다.

그래서 본인은 사장님과 상의해서 보고하겠다고 하니까

당신 사장한테는 내가 잘 말해 놓았으니까

걱정하지 말라고 했다고 한다.

그 말을 듣는 순간 머리가 띵했다.

그런 요구를 하는 그룹 회장이나

그런 부탁을 들어준 광고대행사 사장이나

똑 같은 부류의 인간이라고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었다.

그녀는 아마도 키 170cm이상이고

남자들의 속물 근성으로 판단하건데

34-23-33 정도의 글램머 스타일의 미인이었다.

내가 언젠가 그 후배에게

“너는 남자들을 범죄자로 만드는 몸을 가지고 있다”라고

술김에 말했을 정도였다.

그녀는 만나는 남자들마다 가만 두지 않았다고 한다.

젊은 친구들은 사귀자고 했고

누구는 그녀에게 돈으로 플렉스하고

누구는 권력을 자랑했고

또 누군가는 인맥으로

자기를 그럴듯하게 포장했다고 한다.

어떻게든 그녀의 환심을 사려고

별의별 궁리를 다했다고 한다.

그녀는 회사를 다니다가

마치 드라마에 나오는 것처럼

도저히 다닐 수 없을 정도로

관심을 봤자

퇴직하고 해외 여행을 하면서

새로운 일을 구상하다가

좋은 신랑감을 만나 결혼했다.

지인들의 애경사에 어쩌다 마주치게 되면

젊었을 때 그 화려한 외모가

그대로 유지되고 있어 미스터리다.

식사 자리가 겹치면

어떻게 그렇게 아름다움을 유지하냐고 물으면

그녀는 수줍게 운동 마니아라고 한다.

거의 매일 5키로 이상을 뛴다고 한다.

호기심 많은 여자분들이

먹는 거는 없냐고 물으면

삼시 세끼만 꼬박꼬박 먹는다고 쿨하게 대답한다.

여자분들은 의심의 눈초리로

현대 의학 도움을 받지 않았느냐고

얄궂게 묻지만

언제나 그녀의 대답은 한결같이

‘아니오’다.

나이가 들어도 건강을 유지할 수 있는 것은

건강한 생각과

땀 흘릴 정도의 운동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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