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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 네비게이션이 있다면...

by 바람난 인문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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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어디를 가든 차에 시동을 걸면

제일 먼저 하는 일이 네비게이션을 켜는 것이다.

집을 가든 사람을 만나러 가든

네비게이션이 없으면 어디든 갈 수 없을 정도이다.

매번 가는 골프장도 마찬가지다.

그만큼 길치인 셈이다.

사람들이 상상하는 정도보다 심각한 길치다.

그런데 네비게이션을 작동하고 가더라도

가끔 “경로를 이탈했습니다”라는 멘트를 듣게 된다.

동승한 사람들은 어떻게 네비게이션을 보고

운전하는 데 틀리게 갈 수 있느냐고 말하지만

나에게는 다반사로 일어나는 일이다.

그러고 보니 내 삶도 숱하게

경로 이탈을 하면서 살아왔던 것 같다.

시인이 되기 위해

신춘문예 응모를 8번 했지만

전부 낙방했다.

시인 외에는 하고 싶은 일이 전무했다.

그 길만이 내길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등단은 쉽지 않았다.

그래서 찾은 직업이

시처럼 짧은 문장으로 할 수 있는 카피라이터였다.

아마도 카피라이터라는 직업이 없었으면

상상할 수 없는 삶을 살았을 것 같다.

나에게 경로 이탈은

꼭 나쁜 일만은 아닌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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