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생마는 아니어도 망아지라도 되고 싶다.

by 고작가

한반도에 태풍이 올 때면, 방송 3사의 모든 기자들이 단골로 들르는 곳이 있다.

서귀포의 법환포구.

태풍이 제일 먼저 상륙하는 곳이기도 하지만, 이국적이고 아름다운 해안도로를 가지고 있는 법환마을이다.

나의 한달살이 숙소는 법환마을에서 10분 거리에 있기에 매일 아침 떠오르는 태양이 나를 깨워준다.

올레 7코스를 걸으면서 알게 된 이 아름다운 바닷길은 새벽 운동을 즐기는 사람들의 단골 조깅 코스다.

아침 6시쯤에 해안길을 나가면 찐 풍경들을 볼 수 있다.

일출에 일렁이는 바다와 손을 뻗으면 잡힐 것 같은 범섬.

그리고 또 하나 TV 에서나 볼 것 같은 조각 몸매의 남자들이 상의를 탈의하고 멋있게 뛰는 모습.

그 이른 시간 생각보다 많은 이들이 조깅을 한다.

백인, 황인, 흑인 피부색도 다양한 외국인들도 많이들 뛰고 있다.

역시 뜀박질은 국적불문 세계 공통 운동임에 틀림없다.

같은 남자인 내가 봐도 멋있는 몸매를 지닌 녀석들이 웃통을 벗어젖히고 선글라스에 이어폰을 끼고 폼나게 달린다.

물론 멋진 여성들도 뛰긴 하지만, 녀석들처럼 상의를 탈의 하진 않는다.

매일 아침 나이키 광고를 직접 보다 보니, 나도 뛰고 싶다는 생각이 간절하다.

뛰어보지 않은 사람들은 모른다. 뛴다는 게 보기처럼 쉽지 않다는 걸.

올레길을 걷다 보니 내가 의외로 잘 걷는다고 생각했다. 그렇다면 뛰는 것도 잘하겠지. ㅎㅎ

그렇지 않았다.

천천히 뛰어도 10분 뛰는 것도 쉽지 않았다.

걷는 것과 뛰는 건 완전히 다른 종목이다.

조금만 뛰어도 심장이 터질 듯 숨이 차고, 무릎이 아프고, 허벅지 뒤쪽으로 통증이 올라왔다.

내가 지병이 있는 걸까? 그렇게 일주일 넘게 ‘조깅의 방법’을 검색해가며 평지로 된 포장길을 조금씩 달려 보았다. 확실히 처음보다는 힘들지 않았다.

그렇게 열흘, 보름이 지나자 이제 법환포구에서 환상의 길 끝까지 뛰어서 거뜬하다.

물론 광고모델들처럼 상의를 탈의하고 이어폰을 끼고(나는 잔잔한 파도소리가 훨씬 좋음) 달리진 않지만, 반바지에 나시를 걸치고, 적당히 그을린 팔뚝살을 찰랑이며 떠오르는 태양을 보며 멋지게 달릴 수 있다.

물론 걷는 것도 좋지만, 뛰어보니 알 것 같다. 심장이 터질 것 같이 숨이 차는 것도, 맥박이 빨라지고 피가 뜨거워지는 느낌을 즐기는 한 단계 업된 운동이라는 걸.

그렇게 30분쯤 뛰고 나면 온 몸의 세포가 팔딱 거리는 거 같고, 몸이 뜨거워지면서 내가 최고라는 자신감이 확 오른다.

이런 느낌이 드니 웃통을 까제 끼고 뛰는 거겠지만, 나는 아직 그 정도의 자신감은 생기질 않았나 보다.

내년 여름엔 나도 자신 있게 상의를 벗어젖히고 이 길을 달릴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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