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제주 내려왔을 때, 나는 마음은 조급하고, 몸과 마음은 몹시 황폐해진 상태였다.
급한 마음에 서둘러 일자리를 알아보기 위해 제주에 계신 지인분께 부탁을 드렸었다.
지인분 께서도 제주에 내려온 지 20년이 다 되어가는 서귀포 핵인싸 셨지만, 급할 거 없다며, 서귀포의 여름을 즐겨 보라고 올레길 걷기를 권해 주셨고, 그렇게 나도 올레길의 매력에 빠져 시간이 허락할 때면 올레길을 걸으며 마음속 짐도 비우고, 자연의 양분으로 에너지도 충전하곤 했다.
서귀포의 여름은 참 길다. 처음 지내봐서 그럴지 모르겠지만, 가을을 잘 느끼지 못하고, 겨울 같지 않은 겨울을 보내고 있으니 말이다.
내가 마지막으로 바다 수영을 한 게 10월 초였으니 적어도 5달은 바다수영을 할 수 있는 곳이 서귀포다.
올레길을 걷고, 바다수영을 하는 것 만으로 다른 취미생활을 가질 여유가 없지만, 서귀포 사람들은 낚시도 많이들 하고, 한라산도 자주 오르고, 그러면서 작게라도 농사를 짓는 걸 보면 참 부지런 히들 사는 것 같다.
여름의 끝자락 현장일을 하면서, 참 많은 땀을 흘렸다. 물론 가게 주방에서 일할 때도 땀을 흘렸지만, 야외에서 직사광선을 맞으며 흘리는 땀과는 비교할게 아닌 듯싶다.
생수 3통에 캔커피 3~4개, 게토레이 3~4개씩 먹으며 일을 해도 화장실을 안 가는 걸 보면, 내 몸에서 빠져나가는 수분의 양이 가늠이 된다.
그렇게 일하는 날이면, 배고픔도 뒷전이고, 차가운 물에 온 몸을 풍덩 담그고 싶다는 욕구가 가장 크다.
한낮의 뜨거운 태양을 피해 해가 떨어지는 일몰을 보며, 바다를 헤엄쳐 본 적이 있는가?
금쪽같은 휴가철 사람들에 치이는 해수욕장에서 즐기는 바다가 아닌, 인적 드문 해안길을 내려가 검은 갯바위와 자갈이 깔려있는 맑은 바닷물에 몸을 던지는 기분을 상상해 보라.
서귀포 노가다 꾼이 누릴 수 있는 가장 큰 기쁨 중 한 가지.
5시 퇴근하고 한껏 달궈진 몸으로 해가 떨어지는 광경을 바닷물 안에서 즐길 수 있다는 것이다.
몸을 움직여 땀 흘려 일할 수 있는 내 몸에 감사하고, 뜨거워진 몸을 식혀줄 서귀포 바다와 오늘도 수고한 태양에 감사한다.
서울에서는 느끼지 못했던 자연과 건강에 감사한 마음을 가지며, 오늘도 맛있는 밥상을 차려놓고 아들을 기다리시는 엄마가 계신 집으로 가는 길은 행복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