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히들 노가다 라고 하면, 거칠고 막무가내 식으로 일을 할 것 같은 편견이 있었다.
음식을 만들 땐, 식재료와 물과 불, 내 손에 익은 칼 한 자루만 있으면 금세 맛있는 메뉴를 만들어 냈다.
건축 현장일을 하면서, 너무도 많은 연장들과 쓰는 방법이 다양하고, 이름도 생소한 자재와 쓰는 용도를 배우는 일도 만만치 않다.
더구나 각 공정의 기술자들이 자기 분야의 일을 마무리해야 다음 공정으로 넘어갈 수 있는 일이 많아 음식 만드는 일보다는 훨씬 복잡하고, 까다로운 돌발 변수가 생기곤 한다.
요즘도 일을 하면서, 가장 신경 쓰는 부분이 치수의 정확성이다.
목공이나 용접작업을 할 때면, 자재의 정확도가 불과 0.5cm가 넘지 않는다. 물론 작업을 하다 실수로 넘거나 모자랄 일이 생길 때면, 자르거나 붙여서 해결을 할 순 있지만, 마감할 때 그만큼 매끄럽게 나오지 못하는 결과물이 나오기 때문에 신경을 써야 한다.
내가 조금 더 신경 쓰고 한 번 더 움직이면 그 결과물이 바로 눈으로 볼 수 있는 어쩌면 가장 정직한 일이 현장 일이 아닐 듯싶다.
평소에 0.5cm의 길이를 누가 신경이나 쓰나 싶겠지만, 공사 현장에선 불과 몇 미리의 오차로 공정을 엎고 새로 해야 하는 일도 생긴다.
출근한 지 얼마 안 됐을 때. 지붕개량을 하는 현장에서 사다리를 타고 수평계를 맞추는 일을 보면서 작은 오차를 그냥 무시하고 넘어간 일이 있었다.
내가 간과했던 그 작은 오차가 지붕이 이어지면서 점점 커졌고, 결국 이었던 지붕을 뜯어내고 다시 작업을 했던 일도 있었다.
오함마로 벽을 부수고, 함마드릴로 바닥을 까고, 구멍을 뚫을 때는 한없이 거칠고 폭력적으로 보이지만, 치수를 재고 자르고 붙이는 작업을 할 때면, 한없이 섬세해야 하는 게 현장일이다.
나의 사소한 실수가 누군가의 안방에 비가 새게 할 수도 있고, 문이 열리지 않거나. 수도가 터 지거다 샐 수도 있다는 걸 알기에 일의 공정 하나하나에 신경을 써야 한다.
사람이 생활하는 건축물의 모든 관계되는 일을 가리지 않고 하는 현장 일이지만, 일의 공정은 수술실의 외과의처럼 항상 세심하게 다루어야 하는 양면성이 있다.
병든 사람을 고치는 의사처럼 병든 집을 고치는 노가다 꾼은 오늘도 0.5cm의 오차를 줄이기 위해 정직한 땀을 흘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