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귀포에서 가장 맛있는 귤

by 고작가

서울에서도 겨울이면 시장에서 쉽게 볼 수 있었던 귤.

서귀포에서도 11월이 되자 귤이 보이기 시작한다.

차이점이라면 시장의 자판이 아닌, 지천에 널린 귤나무에 가지가 부러질 정도로 달려있다는 것과, 하얀색 1톤 트럭 위 귤색의 플라스틱 컨테이너에 실린 엄청난 양의 차이랄까?

이주 초기엔 여름이라 이곳이 전 국민이 겨울이면 맛나게 먹는 엄청난 양의 귤을 제공하는 귤의 산지라는 것을 잊고 살았다.

서귀포에서 살아보지 않으면 절대로 믿지 못할 양의 주황색의 향연이 매일 새벽부터 해가 떨어질 때까지 이어진다.

11월 초까지만 해도 내가 이 정도 엄청난 양의 귤을 마주하게 될 줄 몰랐다.

서귀포 노가다일은 여름보단 겨울이 나은 듯 싶다.

우선 겨울이라고 하지만 육지처럼 춥지 않고, 습하지도 않으니 땀도 덜 나고 해가 짧아 일도 일찍 마친다.

또 하나 특화된 좋은 점은 갈증을 물이 아닌 귤로 해소한다.

서귀포 귤 인심은 참으로 남다르다.

‘미깡(귤의 제주말) 맛 좀 봐?’ 하며 주는 양이 기본 5~10kg니 일주일이면 보통 1~2 컨테이너(컨테이너:귤을 담는 플라스틱 박스로 가득 담으면 20kg가 들어간다)가 사무실에 쌓인다.

순서는 이렇다. 집을 고쳐주러 현장에 가면, 보통 집주인 분들이 커피와 미깡을 내오신다.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다, ‘미깡 맛 좋아?’(귤 맛이 먹을만하냐?) 하고 물으신다.

대부분 맛도 좋지만, 간혹 시거나 덜 단 귤을 먹더라도 맛없다고 할 수 없지 않은가!

‘밀감 맛이 아주 좋다’며 엄지 척을 해드린다. 일을 마칠 때면 항상 한 무더기의 귤을 챙겨 주신다.

이 집 귤, 저 집 귤...

매일 다른 농부들이 지은 귤을 먹다 보니, 나름 맛있는 귤의 기준이 생긴다.

무조건 달기만 한 귤은 그저 그런 맛. 달면서 새콤하고 입에 넣고 씹었을 때 과즙이 쫙 퍼져야 진짜 ‘미깡 맛 좋아!’라고 할 수 있다.

매일 10개 정도의 귤을 먹으면서도, 사실 항상 최고의 맛을 보장하는 귤은 따로 있다.

효돈 귤, 보목 귤, 남원 귤, 위미 귤.... 서귀포에서도 맛 좋은 귤로 유명한 동네로 귤 부심이 상당한 곳이다.

이런 곳에서 일하는 내가 뽑은 일등 귤은 현장에서 땀 흘리며 일하다 귤나무에서 바로 따먹는 미깡이다.

바람 부는 귤밭, 집 지붕 위에 앉아 바로 따먹는 귤의 맛은 정말 황홀하다.

‘새콤, 달콤’ 이란 표현으로는 부족한 천상의 과일이 있다면 바로 이런 맛. 사람을 행복하게 해주는 맛이다.

서귀포의 자연이 주는 또 하나의 선물. 귤

서귀포의 겨울은 귤 하나라도 충분히 행복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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