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귀포 노가다 꾼이 좋은 101가지 이유(2)

by 고작가

오늘도 어김없이 아침 7시 일출을 보며 출근을 한다.

날이 꾸물한 게 빗방울이 조금씩 떨어진다. 아 오늘 일이 많은데 어떡하나?

이런 걱정보다는 오늘 뭐하고 쉬나, 행복한 고민이 든다.

사장님과 현장에 가서 연장과 자재를 비가 맞지 않게 정리를 하고, 창고에 가서 간단히 자재 정리를 하고 나니 오전 9시. 퇴근하자니 출근한 게 아깝다.

사장님과 사무실에 앉아 커피를 마시며 담소를 나누다, 시간 있을 때 서귀포항 공판장에 생선 구경이나 가기로 하고, 칼과 도마를 챙겨 길을 나선다.

사무실에서 15분 거리의 서귀포항 공판장에는 당일 새벽 조업 나간 고깃배들이 생선을 팔기 위해 경매를 하는 곳으로 도민들은 아침에 가서 당일 잡은 생선을 저렴한 가격에 살 수 있다.

제주의 명물 은갈치부터 백조기. 까치복, 고등어, 샛돔, 민어, 갑오징어 등 물 좋은 생선들이 줄 서 있다.

오늘의 타깃은 고등어다. 한동안 먹지 않았기도 하고, 사이즈가 남 달랐다.

팔뚝만 한 고등어 한 짝(15마리)을 5만 원 이면 살 수 있다. 직접 보지 않으면 비싸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회로도 먹을 수 있는 신선한 놈들이다.

사무실로 오는 길에 보목 바닷가에 들러 갯바위에 앉아 고등어 손질을 해본다.

사장님과 나란히 바닷물이 출렁이는 바닷가에 앉아, 내가 칼질을 해서 대가리와 내장 손질을 해서 넘겨주면, 사장님은 깨끗한 바닷물에 헹구어 바구니에 담는다.

도민들의 집에는 흔히 물부엌이라고 하는 바깥 주방이 있어 생선을 손질 하가 쉽지만, 더 좋은 방법은 바닷가에 앉아 생선을 손질하는 것이다.

출근 한지 2시간 만에 바닷가에 앉아 생선을 손질하는 막일 꾼들이 전국에 얼마나 있을까?

사무실로 돌아와 2마리는 횟감으로, 나머지는 구이감과 조림용으로 생선을 손질하고, 사무실 옆 텃밭에 나가 물도 주고, 회와 같이 먹을 쌈채소를 종류별로 솎아온다.

상상이 잘 될까? 직접 바닷가에서 손질해 온 횟감에 직접 재배한 쌈채소를 먹는 이 장면을.

조금은 이른 점심이지만, 말을 하지 못할 정도로 맛있어서 헛웃음만 나온다.

당연히 반주는 한라산으로 마무리해주는 센스는 서귀포 막일의 기본 자질이다.

일식집 사장으로 15년. 손님들에게 제공하느라 매일 만졌던 생선이 지겨워 일 년이 가도 몇 번 먹지 않았던 생선회를 이곳 서귀포에서 노가다 꾼이 되어 비 오는 날이면 이렇게 맛있게 먹을 줄 누가 알았겠는가?

사람 사는 일 참 모를 일이다.

나는 오늘도 고등어 한 마리에 행복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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