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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고작가 Oct 08. 2023

잘 먹고 잘 자고 잘 비우기

나이가 들어 갈수록 건강하게 사는 것에 대한 욕구는 더욱 커지는 것 같다. 

어머니와 함께 살고 있는 내게 인간이 늙어가는 과정은 자연스러운 현상이지만

옆에서 그것을 지켜보는 것이 안쓰러울 때가 많이 있다.

나 또한 머지않아 어머니처럼 늙겠지만 아직은 실감 나지 않는다. 

건강하게 사는 가장 기본적인 세 가지.

잘 먹고, 잘 자고, 잘 배출하는 것이 아닐까? 

이 세 가지만 규칙적이고 지속적으로 잘할 수 있다면 노인분들은 행복한 일상을 지낼 수 있을 것이다.      


작은 집이건, 큰 집이건, 집을 지을 때에도 이 세 가지가 참 중요하다. 

'잘 먹는 것'은 전기와 상수를 원활하게 연결하는 것이고,

'잘 자는 것'은 난방과 누수, 방음까지 확실하게 지켜주는 것이고, 

'잘 배출하는 것'은 하수와 오수를 집 밖으로 깨끗이 빼줄 수 있게 시공해 주는 것이다. 

간단해 보이지만, 이 세 가지를 신경 쓰면서 집을 올리는 것은 많은 시간과 에너지가 필요한 일이다. 

특히 전기와 상하수 배관, 난방공사는 집을 올리기 전에 미리 밑 작업을 하고 마감재로 덮기 때문에 

꼼꼼하고 완벽하게 시공하지 않으면 지은 집을 뜯어야 하는 일도 생기게 된다. 

처음 현장일을 시작할 때는 이러한 공정들이 눈에 들어오지 않았고 내 눈앞의 시키는 일만 열심히 했었다. 


어느덧 노가다 2년차가 된 지금, 

서서히 지금 하는 공정과 나중에 하게 될 공정의 연결고리가 보이기 시작한다.      

거실 전기 스위치, 콘센트 박스 위치와 배선 간격, 안방으로 넘어가기 위한 배선의 동선, 

전력이 많이 먹는 에어컨과 인덕션의 전기선 따로 분리하기.

하수와 오수, 상수도 배관이 겹쳐서 물의 흐름이 원활하지 못하게 되는 것을 염두에 두고 

화장실의 도기 위치를 잡아야 하고, 타일 마감을 고려해 수도꼭지도 치수에 맞게 자리를 잡아야 하는 일 등 

다음 공정을 생각하면서 작업을 진행해야 하는 일들이 많다.

이렇게 꼼꼼히 챙기면서 지은 집은 건강한 사람의 몸처럼 

오랜 시간 건강한 집으로 주거인에게 쾌적한 환경을 제공할 수 있다. 

물론 주거인들도 자기 건강을 챙기듯 집 관리를 해 주어야만 집 또한 처음 상태를 길게 유지할 수 있다.      


집을 짓고 고치는 이 일을 언제까지 할지 모르겠지만

건강을 지키는 마음으로 집을 대할 때, 건강하고 안전한 집이 지어질 수 있을 거란 생각이 든다. 

열심히 배워서 나와 가족이 살 집을 직접 지어보고 싶다는 작은 소망도 가져본다. 

소망을 이룰 날을 꿈꾸며 오늘도 열심히 현장일에 공을 들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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