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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고작가 Oct 08. 2023

내 집 앞 차고지 사업

사무실에 들어오는 일감 가운데 많은 부분을 차지하는 일이 '주차장 공사'다.  

서울에서 줄곧 아파트에서만 살았던 나에게 제주의 차고지 증명제는 낯설었다. 

'차고지 증명제도'란 자동차 소유자에게 자동차의 보관장소 확보를 의무화하는 제도인데 

영업용 화물차가 아닌 개인 승용차에 적용하는 곳은 제주가 유일한 곳으로 알고 있다. 

공용 주차장이 확보된 아파트나 빌라 이외의 단독주택에 살고 있는 도민들은 집 근처 1km 내의 

공용 주차장을 월임대 하거나 마당 안에 차고지를 확보해야만 신차를 구입하거나 차량 이전을 할 수 있다. 


제주에 살아보니 한 집에 자가차량이 한 대 이상씩 있는 게 필요하다는 건 알겠지만

복잡하지 않은 서귀포에서 차고지 증명을 해야 하는 것이 번거로울 수 있겠단 생각이 든다. 

이러한 행정 제도 때문에 만들어진 것이 ‘내 집 앞 차고지 사업’이다. 

기존 주택에 차고지를 만들려고 할 때 공사비의 90%를 도에서 지원하는 사업으로 

매년 초 사업비 예산이 편성되지만, 보통은 9월 전에 사업비가 모두 쓰일 만큼 찾는 도민들이 많다.      


주차장 공사는 복잡하지 않다.

차량 한 대당 가로 2.5m 세로 5m의 공간을 확보하고

시멘트 포장, 블록 시공, 잔디블록 시공 중 한 가지를 선택하여 

구비서류를 첨부해서 관할 동사무소에 제출하면 심사 후 담당 공무원이 허가를 해준다. 

공사 진행은 우리 사무실과 같은 자격을 갖춘 시공업체들 중 소비자들이 선택한 곳에서 공사를 진행한다. 


개인 가정집 공사이다 보니 현장마다 케이스는 다르지만 대략적인 과정은 다음과 같다. 

기존 돌담이나 담벼락이 있으면 허물고, 

나무가 있으면 제거하고 평탄화 작업을 한 후, 

차량 대수에 맞게 실측해서 포장을 해주고 주차선을 그어주면 마무리되는 작업이다. 

공사비의 90%가 도 예산으로 진행되다 보니, 시공업체 입장에선 건축주가 2명이 되는 셈이다. 

집주인 마음에도 들어야 하고, 도 사업 매뉴얼에도 맞아야 하니 우리 마음대로 진행할 수 없는 일이다. 


우리 사무실에서 주차장 공사일을 시작한 지 2년이 지났다. 

꼼꼼히 일을 한다고 입소문이 나서인지 시간이 갈수록 사무실로 들어오는 주차장 일이 점점 늘어나고 있다. 

주차장 공사가 끝나서도 개인 집이다 보니 집수리로 이어지는 일이 많이 생긴다.      

대문을 새로 만들어 주거나, 외관 페인트 공사, 노후된 하수관 정비에서 리모델링 공사까지 

주차장 공사로 인연을 맺어서 집수리 전반을 사장님께 맡기는 일이 점점 많아지고 있다. 

덕분에 사장님과 나는 다른 현장업체와 달리 비 오는 날을 제외하고는 거의 일을 하고 있다. 


작은 일도 신경 써서 확실히 마무리해주는 것이 모든 일의 가장 기본적인 일이지만 

노가다 판에서도 마찬가지인 것 같다. 

땀 흘려 일한 만큼 정직한 대가가 돌아오는 현장일에서도 

누군가는 도퇴되고, 누군가는 성공하는 것이 이 작은 차이에서부터일 텐데...

주차장을 만들어 주는 작은 일에서부터 차근히 집을 리모델링할 수 있는 능력이 되는 그날까지 열심히. 

노력은 배신하지 않으니까, 파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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