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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고작가 Oct 08. 2023

노가다 꾼들의 점심식사

모든 직장인들이 하루 중 가장 기다려지는 시간은 점심시간일 것이다. 

학생 시절에도 기다려졌던 점심시간이, 성인이 되어서도 계속되는 걸 보면 

식도락의 즐거움은 나이와 관계가 없는 것 같다.      


현장 일꾼들의 점심시간은 조금 이른 오전 11시~11시 30분 사이 시작된다. 

대부분 오전 8시 전부터 일을 시작하기 때문에 점심시간 전에 간단히 간식을 먹고, 점심식사도 일찍 먹는다. 

수개월 이상 일이 지속되는 큰 현장의 경우, 현장 안에 밥집(일명 함바집)이 있기도 하고 

현장 근처 식당에서 고정으로 밥을 먹는다. 

메뉴는 한식이 많고 밥과 국, 육고기 볶음이나 생선구이가 메인 반찬으로, 또 나물과 마른 밑반찬이 나온다. 

일반 식당에서 먹는 것보다는 맛이 조금 떨어지지만 현장 가까이 있고 

가면 바로 먹을 수 있어 시간을 절약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몇일씩 작업일정이 잡힌 현장의 경우 근처 식당에서 식사를 해결한다.      

서귀포 지역 특성상 시내를 벗어나면 식당이 없을 것 같은 동네가 대부분이다.

이런 동네의 경우 연륜과 경험이 그날의 점심을 좌우한다. 

여기저기 많은 동네를 다녀 본 사장님 머릿 속에는 작업의 원활한 진행을 위한 계획도 있지만 

외진 동네의 숨은 맛집 또한 기억하고 있었다. 

사람 한 명 다니지 않던 한적한 동네에 점심때가 되면 꽤 많은 사람들이 식당에서 식사를 하고 있다.     

바다에서 꾀 떨어진 중산간 외진 동네에 물회 맛집이 있고

바닷가 동네에 두루치기 맛집이 있는 도민들만 아는 찐 맛집들이다. 

그중에서 가장 많이 먹는 메뉴는 ‘정식’이다. 

육지에서 보통 ‘백반’으로 불리는 가정식이 제주에서는 ‘정식’이라고 한다.

보통 저녁에는 팔지 않고, 점심시간에만 파는 메뉴로 맛과 가성비가 훌륭하다. 

식당마다 차이는 있지만 밥과 국, 돼지고기 볶음이나 생선구이, 자리젓과 

쌈채소와 풋고추, 해초와 산나물, 직접 담은 김치류를 포함한 7~10가지의 반찬이 나온다.     


작년 여름, 휴가차 육지에서 놀러 온 후배 가족과 식사를 여러 번 같이 했었다. 

횟집이나 고깃집, 물회까지 먹어봤지만 

가장 맛있게 먹었던 식당은 내가 소개한 위미에 있는 ‘P 식당’의 정식이라고 했을 정도다. 

밥 종류 말고도 여름에는 시원한 콩국수를, 겨울에는 얼큰한 짬뽕과 순댓국도 자주 먹는다. 

관광객들은 대부분 제주에 오면 고기국수나 전복뚝배기를 많이들 찾지만

제주에 살다 보니 찐 맛집들은 따로 있었다. 

물론 오전 내 땀 흘려 일하고 먹는 점심밥이야 무얼 먹든 다 맛있지만 

맛있게 배불리 먹어야 오후에도 힘을 내서 일을 할 수 있기에 

노가다 꾼들에게 밥집 선택은 매우 중요한 일이다. 

능력 있는 사장님을 모시고 있는 덕에 나는 매일 점심 맛집 투어를 다닐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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