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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고작가 Oct 08. 2023

철을 만지는 남자들

종합병원에 가면 내과, 외과, 피부과, 치과와 같이 전문분야 별로 진료를 보는 과로 나누어 둔다. 

노가다 판도 공정 과정 별로 설비, 전기, 타설, 잡철, 목공, 페인트까지 각 공정의 기술자들이 나뉘어 있다. 

우리 사무실의 경우 개인집들을 주로 상대하다 보니 

각 공정의 일이 소규모라 복잡하지 않은 일들이 대부분이고 

특별한 경우를 제외하곤 사장님이 대부분 시공하시는 경우가 많지만,

 현장이 조금 커지면 공정별로 기술팀이 각기 붙어 시공을 한다.      


지난 겨울, 나는 일이 적은 사무실 밖을 나와 철을 주로 만지는 이팀장님네 막내로 한 달간 출장을 나갔다. 

일명 ‘잡철’이라 불리는 과로 철이나 알루미늄 등의 재료를 재단하고 용접해서 구조물을 세우거나 

기존 구조물의 마감재를 덮는 일을 주로 한다. 

같은 노가다 이긴 하지만, 사무실에선 철을 가끔 사용하기 때문에 

새로운 분야를 배울 수 있는 기회이기도 했다.


이팀장님네 팀은 팀장 1명과 팀원 2명으로 다녔었지만, 

한 명이 몸이 좋지 않아 빠져 있었고, 평소 알고 지내던 내가 한 달간 막내로 들어가게 되었다.      

사무실과는 달리 현장이 거의 제주시 쪽에 있어서 오전 6시 30분에 서귀포에서 만나 

1톤 작업차에 3명이 함께 타고 이동을 했다. 

매일 아침, 저녁으로 한라산을 넘는 일이 낯설었지만, 차츰 적응이 됐다.

처음과 끝을 모두 해야 하는 사무실과는 달리 잡철팀의 일은 자기 공정만 마무리하고 빠지면 되는 일이어서 완성된 구조물을 다 볼 수는 없었다. 


현장마다 차이는 있었지만, 주로 가로 75mm, 세로 45mm의 각파이프를 도면에 맞게 재단해서 

기존 구조물에 용접을 하거나, 바닥이나 벽에 앙카볼트를 박고 용접을 해서 구조물을 만들어 주고 

마감재가 철이나 알루미늄인 경우 마감까지 해주는 일이었다. 

기본적인 연장이 철을 자르는 고속절단기 2대, 전기 용접기 2대, 작업선, 전동드릴과 함마드릴과 같은 무게가 꽤 나가는 것들이어서 주재료인 파이프까지 다루다 보면 겨울인데도 추운 걸 느낄 수 없을 정도로 땀이 났다. 

고속절단기에 잘려 나가는 쇳가루에 용접가스까지 마스크를 쓰지 않으면 숨쉬기 힘든 현장도 있었다. 

0.5mm의 오차도 허용하지 않는 정밀함도 필요하고, 

무거운 파이프를 용접되기 전까지 붙들고 있어야 하는 힘도 필요했다.     

낯선 현장에 생소한 공정이 힘들기도 했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구조물이 완성되는 과정을 보는 것이 재미도 있고 뿌듯했다. 

볼트 하나를 잘 조이고, 용접 한 땀을 꼼꼼히 해서 튼튼한 구조물이 만들어지고, 

그 구조물에 다양한 마감재를 덮고 색깔을 입히면, 많은 사람들이 생활하는 건물이 된다는 걸 직접 경혐했다.      

큰 현장을 다니면서 미장이나 타설, 건축자재를 옮기는 양중 같은 분야는 

대부분 외국인 노동자들이 한다는 걸 느꼈다. 

노가다 공정 중에서도 힘을 많이 쓰거나 몸이 힘든 일은 

한국사람들이 모두 꺼려하다 보니  자연스레 외국인들이 그 자리를 채우고 있었다. 

큰 현장에도 20~30대의 작업자들은 찾아보기 힘들었고, 

대부분 40~60대의 작업자들만이 각자의 일을 하고 있었다. 

귤 철에 귤밭에도 젊은 사람들이 없었는데, 공사현장에도 마찬가지인걸 보면 

시간이 흐를수록 몸으로 하는 일은 사람 구하기가 쉽지 않을 것 같다.      


나 역시 대학을 졸업하고 20~30대를 겪었지만, 

그때나 지금이나 일자리가 부족하고 취업하기 힘들다는 소리를 많이들 한다. 

노가다 판에서는 20~30대 들이 들어오기를 학수고대하고 있는데 말이다. 

직접 현장일을 해보면, 몸이 힘든 건 맞다.

그렇지만 그 힘듬의 정도가 못 견딜 정도는 아니라고 말하고 싶다. 

제주의 겨울이 육지에 비교할바는 아니지만, 나는 올 겨울도 철을 만지며 후끈하게 보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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