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도에 주소지를 두고 살고 있는 도민들은 크게 두 부류로 나뉜다.
조상 때부터 줄곧 제주도에 살아온 원주민과 육지에서 살다가 제주로 이주해 살고 있는 이주민.
원주민 들은 제주 방언을 편하게 쓰고, 대대로 물려온 땅도 대부분 가지고 있고,
그들만의 끈끈한 연대가 형성되어 있다.
제주에 내려와 살면서 알게 된 사람들이 많지는 않지만
이상하게도 가깝게 지내는 사랍들은 대부분 같은 부류인 이주민 들이다.
사람마다 각자의 사정으로 제주로 내려와 살고 있지만 큰 공통점은 제주가 좋아서,
특히 서귀포 도민들의 경우 서귀포 자연이 좋아서 살고 있는 경우가 많다.
대부분의 친척이나 친한 지인들이 육지에 있는 이주민들은
명절 연휴나 연말에 외롭다는 생각을 하기도 한다.
우리 가족의 경우도 아버지와 할머니, 할아버지의 산소를 육지에 두고 내려온 것이 항상 마음에 걸렸었다.
올해 초. 윤달이 낀 달에 무사히 세 분을 제주로 모시고 와서
마음의 큰 짐을 덜은 것 같아 지금은 제주에 더욱 애착이 간다.
몇 십 년간 살아온 곳을 떠나 섬에서 산다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다.
연고도 없이 낯선 곳에서 낯선 사람들과 살아가다 보면 의지 할 수 있는 사람들도 생기고
마음이 맞는 이들도 만나게 되는 게 사람 살아가는 과정인 것 같다.
우리 가족 또한 이곳에서 만나 가족처럼 가깝게 지내는 이웃사촌들이 있다. 일명 ‘효돈집 사람들’.
우리가 사는 곳이 효돈은 아니지만, 내가 일하는 직장의 동네 이웃들과 잘 지내게 되었다.
작년 크리스마스 연휴.
우리 효돈집 사람들은 J형님의 작은 집에 모여 해물탕 파티를 했다.
작은 거실에 3개의 상을 붙여 옹기종기 모여 앉은 인원은 9명.
서로 고향도 다르고, 연배도 다르지만, 서로를 아껴주고 위해주는 좋은 이웃들이다.
식당이 아닌 집에서 직접 사 온 싱싱한 해물들을 버너에 넣고 끓여 먹는 해물탕은
어느 맛집 식당에서 먹는 메뉴보다 맛있었다.
이렇게 다닥다닥 붙어 앉아 술잔을 채워주며, 웃고 떠들면서 마음 편하게 크리스마스를 보낸 적이 있었던가 싶을 정도로 행복한 시간이었다.
그렇게 행복한 연말을 보내고
올해 설에는 93세의 큰 할머니를 우리 집에 모시고 다시 효돈집 이주민들이 모두 모여 설음식을 나눠 먹고, 할머니께 새배도 드리고 윷놀이도 함께 하며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먼 친척보다 가까운 이웃이 낫다’는 옛말이 틀린 말이 아니라고
확실히 느낄 수 있게 해 준 고마운 시간이었다.
원주민들이 편하게 부르는 ‘육지 것들’은
우리가 사랑하는 서귀포에 살면서 서로를 의지하며 행복하게 살아가고 있다.
평소엔 각자의 일터에서 바쁘게 살아가는 이웃들이지만,
힘든 일이 생기거나 맛있는 음식이 생기면 한 걸음에 달려와 마음을 열어주는 고마운 ‘효돈집 사람들’
모두 언제나 지금처럼 건강하고 행복하게 살아가길 희망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