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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고작가 Oct 08. 2023

서귀포 반려견

도시에서 시골 강아지로, 다른 견생을 살고 있는 우리집 막내 콩이.

콩이가 한 가족이 된 지도 어느덧 8년이 되어간다. 

생후 3개월 된 꼬물이를 눈 내리는 크리스마스에 즉흥적으로 아니 운명적으로 입양하게 된 것은 

우리 세 식구에겐 여러 모로 많은 변화를 주었다. 

앞서 15년을 함께 살아온 ‘하오’가 무지개다리를 건넜을 땐 '다시는 반려견을 키우지 않겠다' 마음 먹었다. 

함께 산 가족을 먼저 떠나보내는 아픔은 사람이나 동물이나 큰 차이가 없다는 걸 그때 알았다. 

      

하지만 반려동물을 분양하는 곳에서 케이지 안 작은 생명체가 '나 좀 봐달라'고 

앞발을 들고 콩콩거리는 모습이 안타까워 한번 안아만 본다는 것이 그만...

그렇게 운명처럼 콩이는 우리 가족이 되었다. 

꼬물이 시절부터 성격이 활달하고(혹은 지랄맞고), 호기심이 많아선지 집안의 벽지를 물어뜯고, 

지나가는 사람이나 동물들을 보면 마구 짖는 Angry dog이다.

(Angry dog이란 닉네임은 제주에 내려와 알게 된 아일랜드 출신 형님이 지어 주었다.)

자기 식구들에겐 천사표인 녀석이 낯선 사람만 보면 사납게 돌변하는 통에 처음엔 힘들었다. 

집에 손님이 오는 것도 힘들고, 산책을 나갈 때도 항상 주변을 경계해야 한다. 

밖에서 사나운 녀석이지만, 집안에선 식구들에게 웃음과 즐거움을 주는 고마운 존재였기에 

콩이는 세월이 흐를수록 우리 집 막내로 없어서는 안 될 존재가 되었다.      


태어나 줄곧 서울의 아파트에서만 살아온 녀석에게 

서귀포의 광활한 자연은 적응하기 쉽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처음엔 서울보다 강한 햇살에 피부병도 났었고

포장된 도로가 아닌 풀숲을 산책하다 보니 벌레에 많이 물려 약도 바르고 

피부 발진이 가라앉지 않아서 고생도 했었다.

 콩이도 어느덧 3년차. 서귀포 생활에 적응해서일까? 

서울에서 일주일에 한번 정도만 나가던 산책을 요즈음은 하루에 한번은 나가야 조르지 않게 되었으니 

자연스럽게 엄마도 1일 1산책을 콩이와 함께 실천하고 계신다. 


제주에서 가장 많이 볼 수 있는 개는 우리가 흔히 말하는 ‘백구’다. 

진돗개와 일반 토종개의 믹스견 같은데, 작지 않은 몸집의 백구들은 줄 없이도 자유롭게 동네를 누빈다. 

간혹 사나운 성격의 녀석들도 있지만, 대부분 온순한 편이라 사람에겐 해를 가하진 않지만

상대적으로 몸집이 작은 애완견들과 산책을 나갈 때에는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날씨가 좋은 이른 아침 해안가 도로로 콩이를 데리고 나가면, 반려견과 함께 나온 사람들이 꽤 많다. 

우리에게도 그렇듯 이들에게도 함께 나온 반려견들이 모두 한 가족 구성원일 것이다. 

더욱이 몸집이 큰 대형견 을 키우는 견주들 중에는 

반려견에게 좀 더 나은 환경을 제공하기 위해 육지에서 제주로 내려온 이들도 꽤 많이 보았다.      

서귀포에 살아보니 사람들 말고도 개, 고양이. 새들까지도 

따사로운 햇살과 맑은 공기, 울창한 숲과 깨끗한 바다가 주는 환경을 온전히 누리고 있었다.  


산책을 나가 만나는 노령견(15세가 넘은 아이들)들도 건강하고 활기차 보이고

길 고양이들도 도시와 달리 털에 윤기가 흐르고 영양상태도 좋아 보인다. 

어느덧 중년이 된 콩이도 예전처럼 활달하진 않지만

좋은 공기를 마시며 자주 걸어서인지 몸무게도 많이 줄고, 화도 줄어서 표정도 언제나 웃는 상이 되었다.      


휴일 아침, 온 식구가 좋아하는 법환리 바닷가를 함께 걸을 때면 

콩이는 씩씩하게 맨 앞에서 우리 세 식구를 이끈다. 

"콩이야, 너도 서귀포에서 사니 좋으냐?" 물어보면 

"왜 당연한 걸 물어봐"라고 말하듯 돌아서며 ‘씩’ 웃어 보인다. 


"콩아~ 우리 네 식구 언제나 지금처럼 건강하고 행복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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