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동네에나 주민들이 선호하는 맛집이 있다. 주로 한식이 많고 식당 규모는 크지 않다. 인테리어나 간판도 오래된 곳이 대부분인 동네 맛집들은 이런 모든 단점들을 맛으로 커버한다. 오늘 점심으로 먹은 뼈 해장국 맛집. “쇠소깍 갈비” 역시 그러했다.
“뼈 해장국”, “감자탕”, “뼈다귀 감자탕” 모두 같은 음식이라고 해도 크게 틀리지 않다. 돼지 뼈를 넣고 푹 끓인 육수에 시래기나 얼갈이 같은 채소를 넣고 들깨가루를 넣은 국물이 진하고 칼칼하면 기본 맛은 합격인 음식. 그 국물에 잘 삶아진 돼지 등뼈에 붙어있는 실한 살이 잡내 없이 연하고 부드러우면 가격대비 훌륭한 한 끼로 손색이 없는 메뉴가 바로 뼈 해장국이다.
서귀포에서는 찾기 힘들지만 서울에서는 뼈 해장국을 파는 감자탕 집들은 대부분 24시간 영업을 하는 곳들이 많았다. 한때 유행처럼 대형 평수의 체인 감자탕 집들이 밤새도록 불을 밝히고 밤낮으로 영업을 할 때가 이 음식의 황금기였던 것 같다. 크게 비싸지 않은 가격으로 푸짐한 감자탕을 시켜놓고 몇 시간씩 술꾼들이 소주를 편하게 마실 수 있는 곳으로 기억하고 있다. 그래서일까 음식의 이름은 “뼈 해장국”이지만 실제로 아침에 해장을 하기 위해 찾은 일은 없었던 음식. 하지만 만 원짜리 한 장으로 배도 부르고 간단히 소주 한잔 먹을 수 없는 고물가의 시대에 “뼈 해장국”은 참 고마운 메뉴가 되었다. 아쉽게도 요즈음 뼈 해장국은 일하는 점심시간에 주로 먹게 되어서 소주를 같이 마실 순 없지만, 노동일을 하고 허기진 배를 채워주기에는 충분히 푸짐하고 맛 또한 좋다.
제주에 살게 되면서 먹어 본 음식들이 많지만, 보편적으로 돼지고기를 주재료로 하는 음식들은 대부분 기본 이상의 맛을 내는 경우가 많다. 뼈 해장국도 그렇지만 순대국밥이나 고기국수, 생소했던 뼈 접국도 돼지고기 본연의 맛을 잘 느낄 수 있는 훌륭한 국물 요리였다. 특히나 효돈 마을에 있는 “쇠소깍 갈비”집은 식사메뉴에 따라 나오는 밥이 돌솥밥으로 나와서 더욱 좋았다. 식사를 맛있게 한 후에 돌솥에 미리 부어둔 누룽지와 숭늉으로 마무리하면 속도 편하고 대접받은 기분이 든다. 기본 반찬으로 나오는 김 또한 매일 아침 사장님이 직접 구워 기름 바르고 소금을 뿌려 조리한 것으로 어린 시절 엄마가 만들어 주시던 김 맛을 느낄 수 있다. 효돈에서 차로 10분 정도면 갈 수 있는 위미의 “다온 국밥”역시 뼈 해장국 맛집이다. “쇠소깍 갈비”처럼 푸짐하진 않지만 제주산 돼지 등뼈의 신선한 맛을 느낄 수 있다. 두 곳 모두 평일 점심시간은 혼잡할 때가 많아 12시 30분 이후로 방문하는 것이 좋은 두 곳이다.
20년 전 응암동의 감자탕 집에서 감자탕에 소주잔을 기울이며 새벽까지 마시던 호기로움은 남아있지 않지만, 뼈 해장국 한 그릇에 막걸리 한 병을 마시는 소소한 행복이 무엇인지 알게 된 지금의 내가 더 편안하다. 호기로움을 함께 했던 그 친구들 모두 건강하고 행복하길 바라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