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목표 없는 성공은 없다

새롭게 시작하는 모든 이들에게..

by 낙하산부대

업어 키우다시피 한 조카가 금융공기업에 입사했다.


그동안 조카가 흘린 땀과 눈물을 곁에서 지켜본 터라, 합격 소식을 들었을 때 나 역시 가슴이 뭉클했다.



요즘 취업 준비라는 것이 나 때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힘들고, 고단하다.


학점 관리와 토익 점수는 기본이고, 전공관련 자격증 필수다. 여기에 인턴 경험까지 있어야 면접 자리에 앉을 수 있다고 한다.


조카도 그 모든 과정을 치열하게 거쳤다. 나로서는 상상조차 하기 힘든 준비 과정이었다. 순간, 이 힘든 시대에 청춘으로 살지 않는 것에 감사해야겠다 싶었다.



합격 축하 인사를 건네고 앞으로의 목표를 물었다. 돌아온 대답은 의외였다.


“가늘고 길게 가는 것.”


순간, 무슨 뜻인가 싶었다.


나는 ‘더 좋은 직장으로 옮기겠다’거나 ‘남들보다 빨리 승진하겠다’는 식의 포부를 기대했다. 땀 흘려 여기까지 왔으니, 앞으로는 더 큰 꿈을 이야기할 줄 알았다.


그래서 되물었다.


“그동안 고생한 게 아깝지 않니?”


조카는 미소를 지으며 짧게 대답했다.

“꼰대.”


그 한마디에 말문이 막혔다.



며칠 뒤, 조카는 한 달간의 신입사원 연수를 마치고 실무 부서에 배치되었다.


맡은 일은 IT 프로젝트 품질 관리. 공기업 특성상 1~2년에 한 번씩 직무 이동이 이뤄진다 보니, 특정 분야의 전문성을 깊게 쌓기는 어렵다고 했다.


그런데도 조카는 현재 일에 만족한다고 했다. 굳이 힘든 길을 택할 필요가 없다고, 편하고 월급 잘 나오면 그게 최고라고 말했다.



그 이야기를 듣자 자연스레 20여 년 전, 나의 첫 직장이 떠올랐다.


6년 4개월간의 군 생활을 마치고, 서른 살의 나이에 제약회사에 입사했을 때였다. 갑작스러운 민간 사회 적응은 생각보다 버거웠다.


회사라는 낯선 세계에서 목표니 성공이니 하는 말은 공허하게만 들렸다. 하루하루 버티는 것만으로도 벅찼다.



그렇게 1년이 흘렀다.


운 좋게도 사원 꼬리표를 떼고 주임으로 승진했지만, 마음 한구석이 허전했다. ‘이게 과연 성장인가?’라는 물음이 나를 괴롭혔다. 남들은 앞으로 나아가는 것 같은데, 나는 제자리걸음을 하고 있는 기분이었다.


‘이래서는 안 되겠다.’


그때 처음으로 목표를 세웠다.

‘1년 안에 이직하자. 가능하다면 연봉이 더 높은 금융권으로.’



그 목표 하나가 나를 바꾸었다.


당시 IT 감사 직무가 유망해 보였다. 자격 요건을 조사하고, 6개월 만에 관련 자격증을 땄다. 현직자를 어렵게 만나 조언을 들었고, 매일 채용 공고를 검색하며 기회를 노렸다.


결국 첫 직장에 입사한 지 2년 6개월 만에 신생 보험사로 회사를 옮겼다. 목표가 없던 시절의 나는 단순히 흘러가는 강물 위의 나뭇잎 같았다면, 목표를 세운 이후의 나는 물살을 거슬러 노를 젓는 배와 같았다.



그때 깨달았다.


목표가 없다는 건 어디로 가야 할지 모르는 것과 같다. 잘못된 길을 무작정 달리다 뒤늦게 깨닫게 되면, 제자리로 돌아오기 위해 몇 배의 시간과 노력이 든다. 때로는 되돌아오는 것조차 불가능할 수 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목표가 크기만 하면 되는 것도 아니다. 현실성이 없는 목표는 오히려 독이 된다. 마치 감당할 수 없는 짐을 지고 산을 오르는 것과 같다. 끝내 오르지 못하고 포기해 버리면, 자책과 좌절만 남는다.



그래서 나는 조카에게 이렇게 말해주고 싶었다.


목표는 크지 않아도 괜찮다. 중요한 건 현실적이어야 하고, 달성 가능해야 한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1년에 천만 원 모으기와 1억 모으기 중 어느 쪽이 실현 가능성이 높은지 생각해 보면 금세 알 수 있다.


월급에서 매달 백만 원씩 적금을 붓는 것은 쉽지 않지만, 조금만 절약하면 불가능한 일도 아니다. 그리고 목표를 달성했을 때의 성취감은 또 다른 목표를 부른다. 작은 성공이 쌓여 결국 큰 성취로 이어진다.



며칠 전, 나는 조카에게 전화를 걸어 무심히 물었다.

“적금은 얼마나 들고 있니?”

수화기 너머로 들려온 대답은 어딘가 성의 없는 듯했다.

“아… 네~! 네~!”


그 말이 진심이었는지는 알 수 없다.


하지만 분명한 건, 조카 역시 자신만의 방식으로 목표를 세우고 있을 거라는 사실이다. 내가 젊은 시절 목표를 세우고 방향을 잡아갔듯, 조카도 ‘가늘고 길게’라는 말 속에 나름의 철학을 담아 살아갈 것이다.



나는 여전히 크든 작든 목표를 세우며 살아간다.


목표는 삶을 앞으로 나아가게 하는 힘이다. 그러나 이제는 안다. 목표의 크기보다는 방향과 지속성이 중요하다는 것을.


그리고 조카의 말처럼, 인생은 어쩌면 굳이 크고 화려할 필요는 없을지도 모른다.



가늘지만 길게, 꾸준히.

그 단순한 말 속에, 인생을 지탱하는 가장 큰 지혜가 담겨 있는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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