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당신을 통해 배운 # 또 다른 세계 # 당신을 만난 후 # 처음
오늘도 우리 여느때와 다름없이 평범한 일상을 보내고 일상적인 전화를 했다. 그런데 말이다. 오늘은 달랐다. 이런 느낌은 처음이었다. 마음 속 한구석이 따뜻해지면서 가득 차는 느낌. 그리고 무언가 확신이 들었다. 용기가 생겼다. 불안정한 우리의 삶에, 아무도 모르는 우리의 미래에 뭔가 모르는 그런 확신. 이런 느낌은 정말 오랜만이었다. 대학에 와서 나의 미래에 대한 한줄기의 확신이 든 후로, 처음이었다. 타인에게서 이런 감정을 느끼는 것은. 이 시절의 당신을 만난 것에, 이 시기의 당신을 만난 것에 처음으로 진심을 다해 감사한 날이었다. 당신이라는 빛나는 존재를. 당신의 삶 속 한 부분인 이 시기의 당신을 내가 알 수 있음에 감사했다. 당신은 오늘 나에게 이런 말을 했다. 내가 받아들인 말의 의미는 이러했다. 세상에 잘난 사람들은 많고, 또 그게 뭐 별거냐고. 남들보다 자신을 특별하고 잘났다고 생각하냐고. 한마디로 말해, 당신은 세상이 흔히 말하는 귀천을 따지지 않는 사람으로 느껴졌다. 세상의 편견을 깨버린 반골기질의 사람이었다. 알을 깨버리고 나오는 듯한 느낌을 당신에게서 받았고, 한마디로 당신은 겸손했고 깨어있었다. 깨어있는 열렬한 청년이었고 한 인간이었다. 내가 본, 사회가 본 당신은 누가봐도 남부러울 정도의 위치와 능력을 가진 사람이다. 그런 당신에게서 나온 말은, 예상외의, 생각치도 못한 답변이었다. 어쩌면 그래서 내가 당신을 사랑했고, 그대를 향한 열정으로 지금까지 왔음을 다시금 생각하게 된 날이었다. 물론, 우리가 아직은 어리기에, 세상의 때가 덜 묻었기에, 어쩌면 이상적인 이야기를 했을지도 모른다. 시간이 흐르고 나면 우리의 이런 모습은 온데간데 없고 어쩌면, 우리도 대다수와 같이 세상의 때가 묻었을지도 모른다. 근데 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말이다, 다이아몬드를 떨쳐서 흙이 묻었다고 해도 그 본질은 다이아인 것과 같이, 우리의 마음 속 보석이 10년, 20년이 지나도.. 여전히 그 원석이 남아있다면 말이다, 난 궁금하다. 용기를 낼 수 있다. 혹여, 당신이 시간이 흘러서 그 원석을 현재처럼 빛내지 못하고 먼지가 묻었다고 해도 말이다. 나에겐 그걸 닦아서 다시 당신을 빛날 수 있게 해 줄 에너지가 존재한다. 미래의 우리 모습은 모르겠지만, 다른 걸 다 떠나서 난 지금 이 순간의, 이 삶의 시기에 당신이라는 사람의 존재를 알게 됨에 너무나도 감사하다.
당신을 통해 배운 것이 있다면, 그대와의 연애를 통해 배운 것이 있다면, 그 중 하나가 바로 '겸손'이다. 돌이켜보면 난 겸손한 사람이 아니었다. 겸손한 척을 했을뿐, 그것 또한 사회의 인정을 위한 가식이었다. 내가 잘났다고 잠시 운이 따라주지 않았던거라고 생각했던 때도 있었다. 그런데 말이다. 난 참 운이 좋았던 것이다. 그렇기에 당신이라는 사람을 알게 되었고 또 나의 소중한 현재를 살아가고 있기에. 당신을 통해 배웠다. 진정한 겸손은 인정에서 출발한다고. 나의 부족함을 인정하고, 나의 장점을 인정하고, 타인의 장점을 인정하고, 또 내 노력과 타인의 노력을 인정하며, 남과의 다름을 인정하고, 운이 좋았음을 인정하고, 행복을 인정하는 것. 그것으로부터 겸손은 시작된다. 겸손과 거만은 한끗차이였다. 인정의 출발점이 타자이면 그것은 거만, 인정의 출발점이 자신이면 겸손. 난 지금껏 남의 인정을 받기 위해 내 꿈과 인생을 꿈꾸며 살아왔다. 그게 행복인줄 알았고 그것만이 전부인줄 알았다. 그런데 남들이 말하는 인정을 오롯이 가진 것으로 보이는 위치에 있는 당신이 나에게 큰 깨달음을 주었다. 당신은 겸손한 사람이었다. 당신도 알고 있을 것이다. 당신의 능력을. 그렇지만 당신은 그릇이 넓은 사람이었다. 그렇기에 그 그릇을 당신 자신만으로 가득 넘치게 채우고 있는 사람이 아니라, 남들의 생각도 담을 만큼의 여유를 가진 자였음을 난 느꼈다. 물론 내 느낌이 잘못되었을지도 모르지만, 내가 사랑한 당신은, 적어도 지금까지의 내가 느껴온 당신은 그러했다. 그게 내 사랑의 시작이었고, 내 배움의 시작이었으며, 20대에 당신을 만난 것에 감사함을 느끼게 된 계기였다. 나의 선물이었다.
오늘 처음으로 낯선 감정을 느꼈다. 용기가 생겼다. 당신의 미래가 궁금해졌다. 당신의 과거도 궁금해졌다. 함께 걸어가고 싶었고 함께 추억여행을 하고 싶었다. 사람은 나이가 들면 다시 어린시절로 돌아간다. 그래서 어쩌면 나이듦의 또 다른 말은 추억여행이다. 너라는 사람과 늙어가고 싶다는 마음이 드는 오늘이었다. 또 그럴 용기가 생겼고 도전정신이 생겼다. 처음으로 너라는 사람 자체가 궁금해졌다. 확신이 생겼다. 당신을 알아가고 싶은 마음에 대한 확신이. 물론 우리에게는 아직 거쳐야 할 관문이 많이 남아있다. 또 그 여정 속 우리는 흔들리며 혼란을 겪을지도 모른다. 그럴지라도, 지금 나에게 당신은 그런 존재임을. 이 마음을 미래의 우리가 잊지 않기를 바라며, 이 글을 적어본다.
P.S. 10.14 오늘의 기록은 꼭 간직할 것. 미래의 당신에게 오늘의 당신은 이런 사람이었음을, 당신의 뿌리가 흔들릴 때 내가 옆에서 함께 견디며 알려줄게! 내 뿌리를 한층더 뻗어나가게 해준 당신께, 감사와 존경과 사랑을 전하며 이 글을 마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