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4. 마시멜로 사랑

by 행복 마라토너

04. 마시멜로 같은 당신

마시멜로 실험에 대해 들어본 적이 있을 것이다. 요즘 나는 당신과 연락을 하고 나면 뭔가 마음 한구석이 답답하고 해소되지 않은 무언가가 있는 느낌이 자꾸 들었다. 무언가를 되게 신중하게 애써서 겨우 해내는 느낌이 들었다. 그래서 나의 중심이 흔들리는 느낌이 들었다. 난 이 기분이 달갑지 않았고 싫었다. 아침 점심이면 난 부지런히 내 삶에 집중하며 산다. 매일 오후 6시 그 시간이 다가오면 나도 모르게 기다려지고, 기다려진다. 마치 아이가 엄마를 기다리듯. 내 몸이 내 신경이 나도 모르게 반응한다. 언제 당신의 톡이 올까. 언제 당신의 연락이 올까. 근데 말이다. 난 이런 내 신경이, 내 모습이 조금은 지치고 힘들었다. 왜 자꾸 난 당신을 기다리는걸까. 그렇게 기다림 속에 당신의 연락이 오면, 그 기다림을 깨고 전화를 받으면 오늘 나의 하루를 마치 아이가 엄마에게 전하듯 신나게 떠들어댔다. 잘 들어주는 당신이 고마웠고 내 일상을 전할 수 있어서, 내 열정과 열심히 살아온 내 하루를 당신에게 칭찬받을 수 있어서 좋았다.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인가 당신의 우리의 대화에 집중하지 않았다. 물론 내 이야기를 잘 들어주긴했지만 일정 시간이 지나면 어느 순간부터인가 당신의 영혼없는 대답. 감정이 묻어나지 않는, 뇌를 거치지 않고 하는 그 대답이 나에게 고스란히 느껴졌다. 그래서 였을까. 난 계속해서 당신과의 전화를 끌었고 50분 가까이 긴 통화를 끊고 나면, 이상하게 마음한구석이 허했다. 채워짐이 아니라 공허함이 왔다. 당신의 나의 비타민인데, 그런 비타민이 이제는 제 역할을 발휘하지 못한 느낌이었다. 막 무언가를 애쓰고 난 뒤의 느낌이랄까. 슬펐다. 행복하지 않았다. 물론 당신에게도 그 3시간이 소중하고 무척이나 기다려지고 답답함을 깰 수 있는 도파민제이겠지. 그런데 나에게도 그 3시간은 하루의 보상 같은 거였어. 물론 내가 바깥 세상에 있어 당신보다 더 많은 것들을 보고 즐길 수 있겠지, 그런데 말이야. 당신과 함께 하지는 않았잖아. 그래서 당신과 함께 하는 그 시간이 그리웠고 기다려졌어. 바깥 세상의 이야기를 듣고 싶은 보고 싶은 그 심정을 너무나도 잘 알기에 머리는 이해하라고 나에게 말을 건네지만, 마음은 서운했어. 통화를 하며, 집중은 다른 곳으로 향해 있는 당신에게 머리로는 이해를 하기에 표현할 수가 없었어. 근데 그게 나한텐 컸나봐. 마음에 쌓여서 꽉 막혔어. 난 양보다는 질이 중요한 사람이야. 우리같은 성격에 시간과 에너지를 쓴다는 것은 사랑과 애정과 관심의 표현이라는 걸 알기에. 그래서 나에게 당신의 시간을 할애하는 건 당신의 사랑이라는 걸 알기에. 그런데 나 또한 마찬가지야. 당신에게 쓰는 이 시간이 가치있고 소중하기에 나 또한 시간을 쓰는 거야. 그런데 어제 깨달았어. 나에게 중요한건 당신의 시간의 양이 아닌 서로에게 집중하는 질이라는 걸.


당신은 나에게 마시멜로 실험의 마시멜로 같은 존재야. 앞에 있지만, 먹고 싶지만 먹을 수 없고 극한 인내심을 가져야 하는 그런 마시멜로. 목소리는 들리지만, 볼 수 없고, 곁에 있는 것 같지만 곁에 없는 그런 존재. 보고 싶고, 눈을 마주하고 싶지만 참아야만 하는 그런 존재. 그래서 난 마시멜로 참기에 내 인내력을 테스트하고 있는 느낌이었어.


보고 싶었어. 한달이 넘도록 당신을 볼 수 없었는데 그래도 우린 매일 같이 통화는 했지. 근데 난 이번에 또 깨달았어. 통화도 중요하지만 얼굴을 보고 눈을 마주치는게 나에게 얼마나 중요한건지. 그런데 이게 충족되지 못하니, 연락에 대해 더 중요하게 생각했고 그런데 그 연락의 퀄리티가 충족되지 못하니 나에게 공허함이 찾아왔나봐. 이젠 이유를 정의할 수 있을 거 같아. 보고싶었고, 하지만 그게 불가피하다는 걸 너무나 알기에 모순이 생겼고, 그래서 연락을 중요시했고 하지만 연락조차 충족이 되지 못하니, 슬프고 허했던거야. 그래도 원인을 알았으니 다행인거 같아. 원인없이 괴로워하기엔 너무 슬프잖아. 적어도 한달을 넘기지는 않고 당신의 얼굴을 볼 수 있었으면 좋겠는데, 그게 될지는 모르지만. 그런데 그런 불가피한거는 나도 감안할게. 내가 선택했으니. 그런데 적어도 우리가 노력할 수 있는 건 함께 해보길. 그게 내가 생각한 사랑이야.


당신을 만나며, 나에 대해 많이 알았고, 그래서 이번에도 내가 생각하는 사랑에 대해 알게 되었어. 내가 생각하는 사랑이란 '나눔'이야. 나의 기쁨, 행복, 슬픔, 아픔, 분노를 함께 나누는 그런 일상적 사랑. 일상을 함께 나누고 오늘 나의 하루를 알려주고 전하는 그런 평범한 삶. 오늘은 뭘 먹었는지, 오늘의 기분은 어땠는지. 내가 당신에게 기나긴 편지를 쓴 이유 또한 당신에 대한 사랑의 표현이라는 걸 알길 바라. 나의 현재 마음 상태를 나누는 것 또한 20대의 내가 생각한 사랑이기에. 서로에게 짐을 주기 싫어서 힘든 걸 숨기며, 슬픔을 나누기 싫어서 이야기 하지 않는 사람도 있지. 그런데 난 그런 연애 방식은 나랑은 맞지 않는 거 같아. 그래서 당신이 생각하는 연애가 무엇인지는 모르겠지만 난 내 방식대로, 내 현재를 위해 이 길로 가보려고 해.


지금 이 순간은 나의 인생에서 가장 어리고, 젊은 순간이기에. 또 나의 열정이 가득한 그런 시기이기에.

난 매 순간 내가 할 수 있는 걸 하며, 넘치는 행복까진 아니더라도 소소한 기쁨과 행복을 느끼며 살고 싶어.

당신 또한 그런 삶을 살 수 있길 바라며.


마시멜로 같은 당신. 난 이제 이 과정을 실험이라고 생각하지 않을게. 그럼 그 시간이 너무 힘드니까.

난 마시멜로 테스트의 대상자가 아니라, 캠핑장에서 마시멜로를 굽는 사람이 되어볼게. 마시멜로를 불에 굽는 시간은 무척이나 기다려지고 기대되는 순간이잖아. 그 순간처럼 지금을 살아볼게. 그럼 안녕!

일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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