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이 없다는 핑계로 삶을 사는 나에게
어느 순간부터, 무언가를 하지 못하는 이유를 돈을 내세워 핑계를 대었다.
예를 들어, "내가 이 물건을 사지 않는 이유는 돈이 없어서야."와 같은 것이다.
이 말의 핵심은 내가 원하는 재화의 가치가 가격과 맞지 않으니 사지 않는다는 것인데, 마치 내가 돈이 많으면 이 물건을 살 수 있다는 것처럼 말을 한다. 웃기게도 그 물건은 내가 사지 못하는 물건도 아니다. 2만 원 남짓한 작은 피규어. 그냥 저 가격을 주고 사고 싶지 않다고 하면 될걸 굳이 굳이 돈이 없어서 못 사. 내가 돈이 많으면 살 텐데 하는 것이다. 나는 돈이 많다면 이 가격을 주고 그 물건을 살 것만 같았다.
어느 날 친구와 놀러 갔다.
친구는 대기업 5년 차 직장인이다. 그런데 친구가 나와 똑같이 말을 하는 것이다. 돈이 없어서 못 사. 나는 순간 머리가 띵했다. 내 연봉의 거의 2배가 넘는 돈을 벌면서 나와 똑같이 2만 원짜리 키링을 살 때 돈이 없다는 핑계를 대다니. 내가 생각한 돈이 없다는 핑계가 내 의식의 수면 위로 올라온 기분이었다.
생각해 보면 나는 내가 정말 원하는 콘서트, 페스티벌은 20만 원의 거금을 주고 턱턱 구매를 하면서 왜 막상 2만 원짜리를 살 때에는 돈이 없다는 핑계를 대는 걸까. 내가 돈이 많으면 이 것을 살까? 이 친구도 내 기준에서는 돈이 많은 사람인데 이 친구도 돈이 없다는 핑계를 대는데, 우리는 사실 별로 사고 싶지 않은 물건을 가지고 돈이 없어서 못 산다고 스스로를 가스라이팅을 하며 사는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을 했다.
사소한 것일 수도 있지만, 이런 마음가짐이 나 스스로를 가난하고 초라하게 만드는 것 같았다. 그냥 뭐 귀엽지만 사고 싶지는 않아, 하면 될걸 왜 우리는 스스로가 가난해서 저걸 가질 자격이 없다는 식으로 말을 하는 걸까 싶었다. 마케팅의 상술일까. 어릴 적에는 저런 것을 가지면 세상을 가진 줄만 알았지만, 이제는 그 기분이 하루도 못 갈 것을 알아서 현명하게 소비하지 않는 습관을 스스로 깎아내리는 것 같다.
밤에 곰곰이 생각을 하며 또 하나의 교훈을 얻는다.
이제는 이런 일이 있을 때는 우리는(나는) 현명한 소비를 하는 것이고, 사실 저걸 구매해도 그 구매로 오는 기쁨은 1일 이상 지속되지 못할 것을 알고 있기 때문에 사지 않는 거야.라고 말해야겠다고 생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