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우와 신포도

다른 포도를 찾으러가자

by 보너

이솝우화에 나오는 여우는

높은 나무 위에 달린 포도를 먹으려다 안간힘을 쓰다 닿지 못하여 저건 신포도 일것이다며 돌아서 길을 가곤 한다.


나는 가끔 이렇게 포기를 할 때가 있었다.


불과 몇 년 전까지 나는 굳이 아주 비싼 가격을 주고

공연을 보러 가는 것을 이해하지 못했다.

그리고 어느 순간이 되어

한 번쯤은 보러 가야지 싶었다.


내가 아주 좋아하는 가수의 공연을 보려고

티켓팅을 했다.


아주 인기가 많아

티켓팅은 처참하게 실패했다.


근데, 옆의 내 친구가

평소에 그 가수를 좋아한다는 소리도 안 하던 친구가 티켓을 구해서 그 공연을 가게 된 것이다.


나는

너무 질투가 났다.

그리고 일부러 외면했다.


내가 너무 가고 싶어 했던 것을 알았던 친구는

후기나 영상을 찍어 우리의 단톡방에 보내주었지만

나는 그게 너무 싫었다.


그렇게 결국은

뭐 거기서 거기지 하고 포도를 쳐다보는 여우처럼 있었는데,


그다음 달에 기회가 생겨 가고 싶었던

다른 공연을 가게 되었다.

아주 설렌마음으로 포도알을 구해서 먹었으나

....

음... 인터넷에서 본 후기들은,

아주아주 좋아서 눈물을 흘린다거나

너무 좋아 콘서트 이후 한 달가량을 그 시간에 묻혀 살아간다거나 이런 후기들이었는데


좋긴 했지만, 포도알은 샤인머스캣 같았다.

아주 비싸고 달지만, 내 생각만큼 엄청난 도파민을 나에게 주지는 않았던 것 같았다.


이후로 곰곰이 생각해 보니

아주 좋기는 하였으나,

또 그 포도를 얻지 못했다고 해서

외면하고 질투할 정도는 아니었던 것 같다.


물론 시도하기 전까지는 몰랐겠지만,

못 구한다면 그것이 신포도라 외면할 것이 아니라,

내년에 열리는 포도나 다른 포도나무를 찾으러 가게 되었다.


담담해진 내가 좀 웃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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