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와 오랜 시간 함께한 우울

어느 순간 내 앞에 선

by 보너

엄마는 참 바빴다. 아빠도 바빴다.

지금 생각해 보면, 그리고 말씀으로 들어보면, 두 분 또한 마음에 여유가 없었을 것이다.


주변 어른들은, 내가 도와주어야 한다고 했다.

동생을 챙기고, 착한 일을 하고

칭찬받는 것이 나의 모든 것이었고,

칭찬을 받지 못하면, 존재할 이유가 없는 것 같았다.


공부를 잘하지 못하여 구박데기가 된 것 같았을 무렵, 나는 어렴풋이 이 친구의 존재를 알게 되었던 것 같다. 내 마음 한 구석에서 조그마하게 자리하고 있었다.


마음 한 구석이라 존재는 파악하고 있었어도, 실체를 몰라 그저 그 자리에 두었다.


대학을 실패라고 여겼을 때,

이 친구는 어느새 무럭무럭 자라,

내 마음이 비좁아 졌다.

나는 작아지고, 우울은 아주 커져

나를 밀어내기 시작했다.


그러던 도중,

가까운 사람의 죽음을 마주하게 되었는데

펑펑 울면서 울면 마음이 조금 개운해진다는 것을 알았다.


아마 그때부터 많이 울기 시작했던 것 같다.

그리고 울음 또한 우울이 작아지는 방법이 아니라, 어쩌면 더 커지는 방법임을 알았을 때

나는 이렇게 살다가 먼지처럼 사라질 것 같았다.


그래서 밖으로 나왔다.

밖으로 나와 심리상담센터로 향한 그 발걸음을

아직도 잊지 못한다.


나는 나를 구하기 위해,

아주아주 힘들지만, 죽지 않기 위해

최대한의 노력을 했다.


걸음 한 걸음걸음이지만,

그때 용기를 낸 나에게 아주 감사하고

대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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