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 보너

아침부터 빗소리가 들리지 않더라도, 비가 오는 날이면 본능적으로 안다. 자각하지 못해도 나를 내리누르는 공기, 보일러가 돌아가지 않은 듯 쌀쌀한 날씨와 함께 두 번째 알람을 들으며 비척비척 일어난다. 멍하니 있다가 아침치곤 어두운데 싶어 커튼을 걷어보면 비가 주룩주룩 오고 있다.


그럼 혼잣말을 하는 것이다. 어쩐지.


비가 오는 날에는 멍 때리기 좋다. 세상이 조도를 맞추어주어 아늑하고, 또 멍을 자주 때리더라도 사람들 또한 멍하니 있기 때문에 나를 이해하거나 동질감을 느낀다. 그 속에서 나도 같이 멍하니 있다 보면 좀 웃기다.


그리고 생각한다. 아니 창밖을 보면 아무리 봐도 저녁 같은데 이런 날에도 일을 해야 한다니. 투덜거리면서도 손은 익숙하게 움직인다. 오늘 일은 아마 뇌는 파업하고 손이 다 하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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