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작복작 서울

뾰족한 우리

by 보너

출근길을 오르는 사람들의 표정은 그리 다양하지 않다. 신경질을 있는 대로 부리는 사람, 조금 짜증이 난 사람, 무표정한 사람. 크게 3종류다.


아침에 길을 나서 이리저리 사람에게 치이다 보면 모두들 신경이 곤두서 있는데, 오늘은 어떤 여자분이 나를 째려보며 위아래로 계속 훑었다.


순간 나도 모르게 이 사람을 쳤나, 뭐 밟았나 했지만, 추운 날씨 탓에 옷이 둔해서였는지 몇 번 어쩔 수 없이 부딪힌 게 다라 나도 힘껏 째려주었다.


'어쩌라고 뭘 봐. 불편하고 힘들면 택시 타고 가 다 같이 버스 타고 가는데 뭘 더 바라 나도 불편하고 힘들어.' 하고는 씩씩대며 지하철로 갈아탔다.


지하철에서 한참을 씩씩대다 까만 창을 보는데 내가 너무 뾰족해 보였다. 갑자기 기운이 빠졌다. 어휴 출근하는데 이게 무슨 일이야 하고.


지옥의 2호선에 실려가며 생각한다. 사람이 너무 많아서 다들 너무 뾰족해. 생각하다가 문득 차라리 아까 그렇게 그 여자가 째려볼 때 무슨 일 이냐는 듯 씩 웃어볼걸 생각이 들었다. 그러면 같이 째려보는 것보다 더 효과적으로 의사를 전달할 수 있었을 텐데. 다음에는 그렇게 해 보아야지 하고 생각하며 나는 나머지 구간을 실려 출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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