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안하다는 말대신 고맙다고 해줘

by 보너

말이라는 것은 참 어렵다.

어떤 말을 어떻게 하느냐는 그 사람을 보여주는 아주 쉬운 척도가 된다. 최근 죄송합니다 라는 말을 달고 사는 사람을 보면서 문득 고등학교 친구가 생각이 났다.


그 친구는 나를 아주 좋아해 주었는데, 둘이서 하교를 할 때였다. 정확히 기억은 안 나지만, 그때 나는 미안해, 죄송합니다 라는 말을 달고 살았다. 그 친구와 갈 때도 미안하다는 말을 몇 번 했었던 것 같다. (어떤 점이 미안했는지 기억도 나지 않는다;;) 친구는 갑자기 단호하고 화가 난 목소리로 말했다.


미안해라는 말 할 거면 차라리 고맙다고 해.


당시에는 그냥 그래서 고맙다는 말을 했는데, 시간이 지나 죄송하고 미안할 일을 하지 않았음에도 죄송하다는 말을 불필요하게 하는 사람들을 보며 생각했다.


난 참 좋은 친구들을 두었었구나 하고. 아마도 이렇게 단호하면서도 나를 존중하며 지적해 주는 친구는 드물 것이다.


죄송할 일이 아닌데, 죄송하다는 말을 달고 살면, 우선 주위에서도 그 사람이 잘못을 저지른 것처럼 오해하기 쉽다. 또한 스스로의 자존감도 많이 낮아지고, 스스로가 낮음을 자처하게 된다. 궁극적으로 이 사람이 실수를 많이 하는 것처럼 보여서 신뢰가 가지 않게 된다.


물론, 정말 잘못한 일, 실수를 하여 주변사람들이 도와주었을 때는 진심 어린 사과와 노력이 필요하다.

그렇기에 미안합니다라는 말은 신중하게, 때와 장소를 잘 파악해서 해야 한다는 것을 배우고, 또 느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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