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내가 해낸 아주 멋진 일들.

by 보너

한 해가 끝나가면서 나는 해가 끝나는 것이 아깝고 서운하다는 감정을 오랜만에 느끼게 되었다. 흐릿하고 지겹게 살아간다고 느낀 하루하루에 새해가 다가오며 새해목표라는 것을 챙기지 않은 지 오래다. 그 이유는 새해목표라는 것은 곧 빛바래서 목표를 잘 유지하지 못한 나를 탓할 수 있는 거리가 되기 때문이다.


그래서 올해는 다가오는 새해 목표 대신, 한해 나를 돌아보며 스스로 칭찬해 주는 시간을 가지기로 하였다.


<올해 참 잘한 점들>


1. 서울로 자력으로 올라온 점.

사실 처음에 부모님은 내가 상경하는 것을 반대하셨다. 돈이 많이 들기 때문에 그 돈을 대 줄 수 없다고 하셨다. 그런데 나는 중소기업청년대출을 통해서 혼자 집을 구해 올라왔다. 집을 구하는 과정은 쉬웠다고 하기에는 어려우나, 어느새 여기에 내 보금자리 하나를 마련한 것이 아주 뿌듯하다.


2. 경제적으로 독립한 점.

나는 더 이상 용돈을 받지 않는다는 점이 좋다. 이전부터 늘 경제적으로 독립하기를 꿈꿔왔다. 직장을 다니면서 많지 않은 돈이지만, 스스로 급여를 잘 배분하여, 전세이자를 내고, 관리비, 그 밖의 수도, 가스비 등을 내고, 남은 돈으로 식비를 충당하고, 또 나는 내가 좋아하는 문화생활을 하러 다닌다. 그리고 조금씩 저축도 한다는 점이 참 좋다. 유튜브에 나오는 사람들처럼 엄청난 금액을 저축하지는 못한다. 누군가 내가 저금하는 금액을 본다면 너무나 자그마해서 비웃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나는 그렇게 저축하는 내가 좋다.


3. 여러 사람들을 만난 점.

일을 하고, 옮기면서 다양한 인간상, 나에게 긍정적인 영향을 주는 사람이든, 부정적인 영향을 주는 사람이든, 사람을 그래도 많이 만난 것이 좋다.


4. 일을 하면서 기사시험에 합격한 것.

지금 일도 좋지만, 전공공부가 아까워서, 그리고 다른 방향으로 써먹을 수 있지 않을까 해서 시도한 일 중 하나였다. 추후에 이 기사 자격증이 쓰일지는 모르나, 도움이 되면 좋겠으나, 되지 않아도 상관없다.


5. 기사시험을 위한 학원비를 나랏돈으로 낸 것.

아주 만족스럽다. 내일 배움 카드를 이용했고, 내 돈은 4개월 다니는데, 1개월당 10만 원 내외로 들었다.


6. 도시락을 가지고 다니기 시작한 점.

일을 강남에서 하게 되면서 가장 부담스러웠던 식비를 줄이고자 했다. 나는 아주 다행히 요리를 할 줄 알아서 도시락을 잘 싸다니고 있고, 또 앞으로도 그렇게 할 것 같다. 조금 귀찮지만, 도시락을 가지고 가지 않는다면, 집에서는 3천 원 정도에 만들 수 있는 음식을 그곳에서는 만 2천 원에 내고 먹어야 하므로 도시락을 싸다니지 않을 이유가 없다. 이렇게 식비를 절약하니 남은 돈으로 내가 좋아하는 문화생활을 많이 즐길 수 있어서 더욱 좋다.


7. 5번째? 상담을 시작하고 마무리한 점.

나를 20년 이상 눌러왔던 우울을 단 5년 만에 극복할 수 있다는 생각은 하지 않았다. 좀 힘들어도 전문가의 도움을 하루 더 빨리 받으러 다니게 된 것. 이것 또한 시에서 하는 상담센터를 이용하여 개인적으로 돈을 쓰지 않았다는 점이 좋았다.


8. 유기동물 보호소 봉사를 시작하게 된 점.

동물을 좋아하지만 책임감 없게 기르고 싶지는 않아, 고양이들을 보기 위해 한 결정이다. 아주 귀엽고 가끔 사납지만, 그 아이들을 이해하려 상냥하고 부드러운 말투를 쓰다 보면 나도 부드러워지는 것 같아 좋다.


이렇게 정리하면, 올해는 어떤 마음가짐으로 내가 살아갔는지 알 수 있다. 내 머릿속의 가장 큰 키워드는 <돈>이었던 것 같다. 적은 급여에 분통을 터뜨리기도 했으나, 나는 최대한 나랏돈을 내가 쓸 수 있으면 쓰자 하는 생각으로 살아왔던 것 같다. 어떤 제도가 있는지 찾아보고, 그것들을 최대한 쓰고자 노력했던 것 같다.


또한, 돈을 슬기롭게 쓰는 법을 배운 것 같다. 지금 돈을 무조건적으로 아끼는 것이 아니라, 어느 정도는 타협을 하고, 문화생활에는 아까지 않으려 노력했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남과 나에게 돈으로 인색하려고 하지 않았다. 타인과는 나와 소비성향이 비슷한 사람들과 함께해서 운이 좋았고, (우리는 무조건 더치페이를 좋아한다. 그것이 이 관계가 건강하고 오래갈 수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또한, 나 스스로를 위해 경험에 돈을 아까지 않음 점이 아주 좋았다.


이렇게 한 해를 정리해 보았는데, 적기 전에는 참 아쉬운 점이 많았는데, 적고 나니 올해 참 많은 일을 했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해가 가는 것이 아쉬는 것이 아니라 잘 살았다는 생각에 뿌듯한 생각이 든다. 이 글을 읽는 여러분들도 한 번 해 보았으면 좋겠다.

keyword
작가의 이전글넘실넘실 파도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