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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르네 일상 21화

- 집고양이? No doubt, 집 앞 고양이

by 마르와 앨리
고양이가 살아가는 양식에 따라 보통 고양이는 집고양이와 길고양이로 구분한다.
그런데 여기, 새로운 형태의 고양이가 등장했다. 집 앞 고양이다.


함께 산책하는 루틴을 가진 마르와 앨리에게는, 자연스럽게 비슷한 시간대에 자주 마주치는 길고양이들이 생긴다. 지금의 동네로 이사하기 전에는 작은 사당을 끼고 있는 공원이 우리의 산책 코스였다. 이 공원에도 터줏대감 길고양이가 있었다. 이 아이는 등은 검정으로, 배는 하양으로 꽤 조화롭게 칠한 녀석이었다. 그는 반질반질 빛나는 털과 토실한 배로 '야옹야옹'하며 지나가는 이들을 곧잘 유혹했다. 유혹대상자 1위였던 우리는 그를 '뚱이'라 이름 붙였고, 뚱이도 우리가 부르면 금방 나타나곤 했다. 토실한 배를 만져주면 골골골 울면서 이리저리 흙에 몸을 문댔다. 뚱이는 나긋한 길고양이의 전형이었다.


동네를 옮겨 이사하면서 아쉬웠던 점 중 하나가 바로 뚱이였다. 아직도 한 번씩 뚱이가 궁금한 마음이 들지만, 그럼에도 새로운 고양이들은 계속해서 우리의 일상에 등장했다. 그러던 중 '집 앞 고양이'가 내 방 창문 앞에 뿅하고 나타났다. 우리 집은 1.5층이라, 마르 방 창문 앞에는 건물 입구의 지붕이 위치해 있다. 거기에 청소년 고양이들을 거느린 고양이 가족이 나타나서 쉬다 가는 것이었다. 두둥!


마르는 집 앞 고양이들이 나타날 때마다 앨리를 불렀다. 커튼 뒤에 숨어서 이들의 사진을 찍던 앨리는 기발한 생각을 해냈다. 집 앞 고양이를 집고양이처럼 놀아주기로 한 것이다. 그날 우리 집에는 로켓을 타고 고양이 낚시도구가 도착했다. 장난감 중에서도 긴 놈을 샀다는 앨리는, 고양이 가족이 다시 나타나기까지 한참을 숨죽여 기다렸다. 수시로 내 방 창문 경계를 선 것이 며칠, 드디어 앨리의 눈에 그들이 발견되었다.


앨리는 먼저 고양이들이 경계하고 떠나버리지 않도록, 창문 밖에서도 장난감을 볼 수 있게 세워두고 반응을 살폈다. 짤랑짤랑- 가볍게 흔들어 보이는 것에 청소년 고양이가 가장 먼저 관심을 보였다. 툭툭-, 창문을 쳤다. 자신감을 얻은 앨리는, 창문 틈을 살짝 열고 고양이 장난감을 내보였다. 그리고 열심히 흔들었다. 고양이 가족의 고개도 이리저리 오고간다. 엉덩이를 궁실궁실하던 엄마 고양이가 먼저 장난감에 달려들었다. 엄마가 경계를 풀어서인지, 다음부터는 여기저기서 달려들어 장난감 쟁탈전을 벌였다. 작전 대성공이었다.


10분 정도 놀았을까. 관심도가 떨어지는 것 같길래, '나 여기 있다'는 것만 알려주려 창문 틈에 낚시 도구를 기대어 두었다. 그랬더니 1시간 뒤에 돌아온 청소년 고양이가 맡겨놓은 것처럼 창문을 두드렸다.


"김 선생, 나 왔소. 다시 한판 벌여보세."

갑니다, 가요! 그렇다면 또 놀아드려야지.


(TMI 1) 앨리는 이후로도 정기적인 놀이판을 기대했지만 아쉽게도 고양이 가족은 충분히 놀았다고 생각했는지, 청소년들을 독립시키느라 바쁜지 다시 집 앞을 찾아오는 일이 거의 없어졌다.

(TMI 2) 길고양이 '뚱이'의 흥미로운 점은, 절대 사당 안으로는 들어가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놀며 부르면 사람을 졸졸 따라오는 녀석인데도, 사당의 일정한 반경 내에는 절대 들어가지 않았다. 고양이의 신묘함이 실재하는지도.!


마르와 앨리 21화.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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