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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르네 일상 20화

- 단속반 출동, 꾸짖을 갈(喝)!!!

by 마르와 앨리
등본을 공유하는 사이에 만들어지는 내밀한, 뭔가 은밀한 관계가 있다.


한창 마르와 앨리의 공감을 샀던 쇼츠가 있다. 유튜브 채널 '핑계고'에 나온 지석진 님이 아내와의 일화를 공개하는 장면이었다. 한밤 중 출출해진 아내가 눈치를 보다 "너무 출출한데 과일 하나 먹어도 될까?"라고 물었다고 한다. 남편은 "안돼!"하고 단호하게 말했고, 아내는 단념하고 받아들이는가 싶더니 '에잇'하고 간단한 야식에 손을 댔다. 그 귀여운 일화를 듣던 이동욱 님은 당최 이해가 되지 않는다는 얼굴로 "왜 안돼? 그 과일이 형 거야?"라고 물었다. 물론, 그가 예능의 재미를 살리기 위해서 과장적으로 반응했을 수 있다. 그렇지만 상황만 놓고 보았을 때, 독거인의 논리적이며 이성적인 사고가 동거인들의 현실과 동떨어진 것이 웃음을 유발했다.


마르와 앨리에게도 서로의 의식주 습관을 단속하는 룰이 있다. 이를 테면 생활습관 당번과 같은 것이다. 아침에 늦지 않게 깨워 러닝을 주관하는 당번, 과자나 아이스크림을 사지 않도록 단속하는 당번, 배달음식을 먹지 못하게 막는 당번.. 눈치챘겠지만, 대부분 운동이나 식생활과 연결되는 것들이다. 해야 하는데 하기 싫고, 마음은 먹어도 매번 몸을 움직이는 데에 에너지과 의지가 필요한 것들. 왜 인간의 몸은 뇌의 니즈와 정반대 되는 것들을 원하는가.! 이럴 때는 정말 '나'의 주인이 뇌인지 몸인지 헷갈린다. 서양철학가들이 유구하게 영혼과 육체의 구분 혹은 통합을 탐구한 이유를 경험적으로 이해한다.


이렇듯 스스로의 욕구를 통제하지 못할 때, 마르는 앨리에게 선언한다. "나 내일부터 다이어트한다. 아침에 달리자." 자, 이제 앨리는 마르의 아침잠을 파괴할 권력을 얻었다. 효과는 대단했다. 마르는 앨리가 깨워서 짜증 나도, 그 짜증을 입에 올릴 권리를 잃었다. 잔뜩 찡그린 얼굴로 깨워준 앨리에게 감사하는 마음으로 일어나서 달려야 한다. 지석진 님 부부도 직접 혹은 간접적으로 서로 선언하고 약속한 다짐이 있었을 것이다. '내가 야식을 먹고 나중에 후회하지 않도록 나를 말려줘, 나를 단속해 줘.'와 같은. 물건에 대한 소유권의 문제가 아니라, 내가 뱉은 말에서 촉발된 권력 위임이 작용하는 재미있는 관계.


앨리만 마르의 단속반이 되는 건 아니다. 최근에는 마르가 앨리의 아침잠 단속반 역할을 하고 있다. 학교 다닐 때에도 당번은 돌아가며 하지 않았던가. 당번은 빨리 일어나야 하고, 더 많이 참아야 한다. 그렇게 참는 데에 한계가 오면 풀어져 버리고 만다. 당번이 의지를 잃으면, 단속반을 잃은 두 해방인이 펼치는 환장의 콜라보가 시작된다. 어제 우리는 마라샹궈를 저녁으로 시킨 후, 매운 입을 달래기 위해 아이스크림과 감자칩을 때렸다. 단짠단짠은 맞춰야 하니까. 이렇게 파티를 벌이고 나면 현타가 온다. 더 큰 현타를 받은 사람이 마음을 다잡고 다음 당번이 될 것이다. 당번은 돌고 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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